지난 9일 대구 삼성-롯데전. 클래식시리즈를 맞아 추억의 스타가 시구자로 나섰다. 주인공은 라이온즈의 '원조 에이스' 김상엽 경일대 감독.
대구고를 졸업한 뒤 1989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상엽 감독은 1군 통산 258경기에 등판해 78승 56패 49세이브(평균 자책점 3.39)를 거뒀다.
개인 통산 4차례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고 1995년 17승을 거두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또 1993년 170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현역 은퇴 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2군 코치, 영남대학교 야구부 코치, NC 다이노스 투수 코치, 경북고 수석 코치, 경주고 감독 등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를 두루 거쳤다.
현역 시절 등번호 30번이 박힌 유니폼과 라이온즈 로고가 있는 모자를 받고 감격에 젖은 그는 "아침에 출근하다가 구단으로부터 시구 요청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제겐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막내 아들이 야구장에 간다고 하면 데려다주는 게 전부였다. 이번 시구 행사를 계기로 이곳에 마음 편히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씩 웃었다.
경주고 지휘봉을 잡고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던 김상엽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 경일대 야구부를 이끌고 있다. 삼성 출신 이성훈 수석 코치, 양지훈 투수 코치, 백상원 타격 코치, 허연철 내야 수비 코치가 김상엽 감독을 보좌한다.
김상엽 감독은 "고교 시절 미지명의 아픔을 안고 대학교에 진학해 의욕이 저하된 선수들도 없지 않다. 이들을 잘 다독여서 열심히 하게끔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스스로 어느 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라며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기회를 주지 않는다. 서로 경쟁해야 팀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경일대는 야구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오는 9월 새 야구장이 완공될 예정이고 야구부 전용 기숙사가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등록금을 제외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경일대 야구부 창단 첫 프로 선수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상엽 감독은 "실명을 밝힐 수 없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2명 있다"고 귀띔했다. 또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 첫 번째 목표지만 교수들과 정기적인 1대1 면담을 통해 선수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 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실업 야구팀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게 김상엽 감독의 바람.
경일대는 대학야구에서 약체에 속하지만 김상엽 감독 부임 후 팀 전력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팀을 만드는데 시간은 필요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도 꽤 있으니 잘 만들면 흥미로운 상황이 나올 것 같다. 경일대 야구부 하면 껄끄러운 상대라는 인식을 주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라이온즈의 원조 에이스답게 후배 투수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젊은 투수들의 변화구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20대 투수라면 보다 힘으로 누르는 비중을 높였으면 좋겠다. 수비진의 집중력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제 청춘을 바친 삼성이 잘되길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