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는데 3년 내로 저희 팀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한화 주장 정우람은 지난 3월 KBO 미디어데이 때 이렇게 말했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3년 연속 꼴찌 팀의 냉정한 현실이었지만 정우람은 “아시안게임에 나갈 선수들이 정말 많다. (2024년) 전체 1번으로 뽑을 신인도 있고…라며 후배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때 정우람이 말한 후보였던 내야수 노시환(23), 투수 문동주(20)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24명에 포함됐다. 각 팀당 최소 1명씩 발탁되는 규정이 있긴 했지만 한화는 2명이 들어갔다. 아마추어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발탁된 장현석(19·용마고)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가 뽑을 게 유력해 사실상 3명으로 계산된다.
최종 엔트리 발표가 있었던 9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노시환은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것이라 정말 기대된다. 책임감을 갖겠다”며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화 이글스라는 이름을 달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 WBC에 우리 팀 선수가 한 명도 못 나가 개인적으로 조금 부끄럽고, 화가 나기도 했다. 동주와 함께 한화에도 이런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WBC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들어 발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문동주는 “그때는 제가 보여준 게 별로 없었다. 지금도 보여준 게 크진 않지만 지금은 제 공에 자신감이 있다. 준비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시환이형과 같이 가게 돼 좋다. 형을 따라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 발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노시환은 4월 개막 후 5월 중순까지 리그 최정상급 타격 생산력을 뽐냈지만 갑작스럽게 43타석 연속 무안타에 빠졌다. 문동주도 4월 스타트는 좋았지만 5월 마지막 3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하는 등 난조를 보였다.
노시환은 “시즌 시작할 때는 대표팀을 하나도 의식하지 않았다. 시즌 시작 후에도 최대한 팀에 집중하려 했지만 (대표 선수 발표) 날짜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생각이 나더라. 시즌 초반부터 제가 보여줄 건 최대한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했지만 (43타석 연속 무안타 기간에) 팀에도 미안하고, 아시아게임에도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긴 했다”고 돌아봤다.
문동주도 “5월에 안 좋았기 때문에 대표팀 생각을 크게 하고 있지 않았는데 (6월부터) 잘 던지고 있을 때 뽑혀 기분이 좋다. 시즌을 잘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목표한 것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이 든다”며 “다른 팀 선배들과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뭐 하나를 배운다기보다 친해져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기대했다.
대표팀 최종 발탁으로 심적인 부담을 덜어낸 두 선수의 남은 시즌 경기력 향상도 기대된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대표팀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둘 다 좋지 않은 기간도 있었다. 이제부터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반겼다.
이날 LG전에 5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한 노시환은 9회말 2사 1,3루에서 상대 투수 고우석의 폭투 때 끝내기 득점까지 올렸다. 3루 수비에서도 6회 무사 2,3루에서 박동원의 강습 타구를 숏바운드로 잡아 3루 주자를 런다운으로 잡아내는 등 공수에서 기민한 플레이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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