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달 31일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린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방출했다. 대체 외국인 타자 영입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지만 열흘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오피셜’이 나지 않고 있다.
후보가 5~6명 정도 있었지만 2명은 메이저리그에 콜업됐고, 미국 구단에서 협상 불가로 풀어주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고민을 하다 가족 문제로 고사한 선수까지, 다양한 이유로 대체 선수 영입이 지연되면서 프런트뿐만 아니라 현장도 매일 속이 타들어간다.
거포가 부족한 팀 구성상 멀리 칠 수 타자가 필요하지만 현장에선 공수에서 기여할 수 있는 호타준족 스타일을 바라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 9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장타를 잘 치는 선수가 오면 최고로 좋다. 하지만 장타자가 방망이를 못 치면 쓰기가 애매하다. 수비가 안 되는 선수를 못 치는데 계속 내보낼 순 없다. 타격감이 없는데 대타로 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한국으로 치면 박건우, 손아섭(이상 NC) 같은 타자들이 한국에 오면 중거리는 칠 수 있다. 그러면서 주력도 있고, 수비가 어느 정도 되는 선수가 (거포 유형보다) 낫지 않나 싶다. 그런 선수는 방망이 못 쳐도 경기에 계속 내보낼 수 있고, 하다 못해 작전이라도 걸 수 있다”며 쓰임새 많은 호타준족형 타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개인적으로 우리 팀에서 김인환을 거의 용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김인환에게 외국인 타자 같은 장타자 역할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 지난해 팀 내 최다 16홈런을 기록했던 김인환은 노시환, 채은성(이상 9홈런)과 함께 한화에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자다.
김인환은 올 시즌 45경기 타율 2할4푼8리(141타수 35안타) 3홈런 17타점 OPS .679로 지난해보다 성적이 하락했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2군에도 다녀온 뒤 5월부터 조금씩 회복세에 있다. 6월 들어선 8경기 타율 3할3푼3리(30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S .927로 뚜렷한 상승 지표를 보이고 있다.
9일 LG전에서도 김인환이 외국인 타자처럼 활약했다. 3-4로 뒤진 7회 2사 1,2루에서 LG 필승조 박명근의 초구 체인지업을 우중간 가르는 역전 2타점 2루타로 장식했다. 5-5 동점이 된 9회 2사 1루에선 LG 특급 마무리 고우석의 초구 몸쪽 낮은 직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2사 1,3루 끝내기 찬스를 연결했고, 고우석의 폭투가 나온 사이 3루 주자 노시환이 홈으로 들어오며 한화의 6-5 승리로 끝났다. 김인환의 2안타가 만든 승리.
채은성, 노시환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며 4~5번 타순을 오가는 김인환은 “타순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노)시환이나 (채)은성이형이 잘 쳐주고 있어 부담 갖지 않고 투수를 상대하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새 외국인 타자가 합류하면 김인환의 타순이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새 외국인 타자로 1루수가 올 가능성이 있어 김인환이 외야 수비 연습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대전 키움전에선 8~9회 좌익수로 나서 2이닝을 뛰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 공식 경기에서 외야로 나간 건 1~2군 통틀어 처음이었다. 어떻게든 김인환을 활용하기 위한 최 감독의 고육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