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안 맞으려고 해도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버티기만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는데 버티는 것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는 지난 8일 사직 KT전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6-7로 패했다. 시리즈 스윕패와 함께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즌 최다 연패다. 그리고 3강의 지위도 위태롭게 됐다. 4연패와 함께 4위 NC와 승차가 1.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여러모로 졸전이었다. 연패의 분위기를 끊고 기세를 끌어올리는 7회 5득점이 빅이닝이 있었지만 그 기세를 잇지 못했다. 결국 연장 12회 윤명준이 타자와의 승부를 힘겹게 벌인 끝에 볼넷 2개, 사구 1개를 헌납하며 패배와 마주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이번 주 주전급 선수들을 엔트리에서 대폭 물갈이 했다. 시즌 내내 부침을 거듭하고 들쑥날쑥한 타격감을 보여줬던 3루수 한동희가 지난 5일에 말소됐다. 그리고 6일 경기에서 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좋았던 기세가 사라진 김상수, 그리고 아웃카운트 없이 2피안타를 기록하고 최근 3경기 연속 0이닝 강판을 당했던 좌완 김진욱을 동시에 말소시켰다.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고 초반부터 등판 빈도수가 많았기에 한 템포 쉬어가려는 복안이었다. 장기 레이스를 대비하려고 했다. 결과론이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필승조 자원 2명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에서 7일 연장 10회 끝에 2-3으로 패했고 8일 경기에서도 연장 12회 승부를 펼치면서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조정과 휴식은 필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이들의 빈자리를 더욱 절감하게 했다.
아울러 한동희가 없는 3루수에서도 공백을 절감했다. 한동희가 올해 타격에서는 부침이 심했지만 수비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비시즌에 체중을 감량하고 혹독한 수비 훈련을 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한동희가 빠진 뒤 3루수 자리에 나섰던 박승욱과 김민수가 공교롭게도 실책과 실책성 수비들을 범했다. 더욱이 한동희는 올해 KT전에서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여줬었다. 타율 2할7푼3리(22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모든 게 결과론이다. 이전의 기세와 분위기였다면 롯데는 현재 주전급 선수들의 엔트리 제외가 자극제가 되어 공백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롯데의 기세는 대폭 꺾였다. 엔트리를 변경한 자리에서 나비효과들이 거세게 몰려왔다.
당장 엔트리 변경을 한지 나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약 일주일 가량을 더 버텨야 한다. 이틀 연속 연장 혈투를 치르면서 주말 삼성 3연전 불펜 활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롯데는 6월 시작과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