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과 이형종의 언쟁…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해야 한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6.08 10: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3-3이던 9회 말이다. 불안한 예감이다. 또 연장 근무? 여기저기서 짜증이 올라올 무렵이다. 1사 후 3구째(카운트 1-1)다. 고우석의 커브(133㎞)가 멋지게 떨어졌다. 이형종의 배트도 끌려 나온다. 아니, 그럴 뻔했다. 스윙이 나가다 멈춘다. (7일 고척돔, 히어로즈-트윈스전)
포수 박동원이 1루심을 가리킨다. 체크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나 윤태수 심판은 양손을 힘껏 벌린다. 스윙이 아니라는 답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말싸움이 시작됐다. 33세 포수와 34세 타자 사이의 신경전이다. 뭔가를 놓고 티격태격이다. 한두 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예민한 반응이 계속된다. 공을 던지려던 고우석도 어안이 벙벙하다. 급기야 구심(최수원)이 나선다. ‘그만해, 말하지 마.’ 그런 경고의 손짓이다.
짐작건대 그런 것 같다. 체크 스윙에 대한 이견이다. 박동원은 아무래도 (배트가) 돌았다는 생각이리라. 그래서 뭔가 불만을 툭 내뱉었다. 반면 이형종도 할 말 있다. 1루심에게 의뢰해서 최종 판정까지 나왔다. 그런데 왜 그러냐는 것이리라.
어쨌든 게임은 1분가량 중단됐다. 모두의 소중한 퇴근 시간은 더 미뤄졌다. 이형종은 6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고, 경기는 12회를 꽉 채우고 말았다. 5-5 무승부.
7일 키움과 LG의 고척돔 경기 중 9회 말 이형종과 박동원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23.06.07 /sunday@osen.co.kr
KBO 비디오 판독의 역사는 2009년부터 시작된다. 이 때는 홈런 여부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5년 뒤인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심이 이뤄진다. 처음에는 합의 판정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홈런 외에도 ▶아웃, 세이프 ▶포구 여부 ▶외야의 페어, 파울 ▶몸에 맞는 공에 대해 기계의 힘을 빌렸다.
이후 개정 작업을 통해 몇 가지가 추가된다. ▶내야의 페어, 파울 ▶포구(파울팁 포함) ▶충돌 ▶3피트 ▶3 아웃 이전의 득점 ▶누의 공과 ▶선행주자 추월 ▶ 태그업 ▶ 파울, 헛스윙 등이다. 현재는 모두 12가지 항목에 대해 이뤄진다.
판독제 개선에 대해서는 매 시즌이 끝난 뒤 논의된다. 주로 감독자 회의에서 건의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바로 체크 스윙이다. 갑론을박의 주제이기도 하다. 2021년 회의 때도 격론이 벌어졌지만, 채택은 무산됐다.
그만큼 자주 논란을 일으키는 판정이다. 지난해 8월에도 시끄러웠다. 양석환(두산)이 NC전에서 삼진을 당한 장면이다. 1루심(박근영)은 체크 스윙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불만이 가득하다. 덕아웃 뒤로 가서 헬멧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경기 후 허운 심판위원장도 “아쉬움이 남는 판정”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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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감독, 선수들은 체크 스윙도 판독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심판 쪽에서는 부정적이다. KBO 심판위원회는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핵심은 기준이다. 아웃, 세이프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은 배트 헤드가 공과 교차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타자가 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스윙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과 일본도 채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선을 요구한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제외하고) 가장 오심이 많은 항목이라는 인식인 탓이다.
비디오 판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모든 판정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뚜렷한 순기능은 있다. 명백한 오류는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느린 동작으로 돌려봐도 애매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어정쩡함은 넘어갈 수 있다. 어차피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원심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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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이 도입돼 가장 좋은 점이 있다. 그라운드가 조금 더 평화로워졌다는 것이다. 맞다, 아니다. 괜히 시비 붙고, 얼굴 붉히고, 뜯어말리고…. 그런 게 훨씬 줄어들었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피할 수 있다.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활용하는 게 맞다. 이를테면 헛스윙, 파울도 판독 대상이다. 배트에 스쳤냐, 아니냐를 따지는 일이다. 이건 화면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경우도 많다. 그에 비해서 체크 스윙은 오히려 쉽다. 카메라 각도로 구분이 가능하다.
심판의 권위, 야구라는 게임의 전통, 오래된 기준…. 그런 것들을 따지는 건 이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 더 공정하고, 정당한 경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포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평화로운 그라운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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