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감독님께 이런 말 잘 안하는데, '신인왕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KT 위즈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장성우(34)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 한 투수의 공을 받아보고 이강철 감독을 향해 강하게 의견을 표출했다. 장성우는 "보통 신인 투수들을 저평가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감독님한테도 이런 얘기를 잘 안하는데 제가 공을 보고 '신인왕 만들겠다'라고 말씀드렸다"라면서 "비록 지난해 자신이 갖고 있는 자질에 비해서 긴장도 많이했고 적응이 늦었지만 갖고 있는 것을 후반기에 점점 보여줬고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유신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영현(20)은 이강철 감독은 물론 베테랑 안방마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는 프로무대 적응기를 거쳤지만 후반기부터 중용을 받으며 52경기 승리 없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해서 '사고'를 쳤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세이브를 따냈다. 이강철 감독의 과감한 결단에 당시 루키 박영현의 대담한 피칭은 포스트시즌 역대 최연소 세이브(만 19세 6일)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박영현은 2년차에 한 뼘 더 성장했다. 아니, 일취월장했다. 박영현은 올해 이강철 감독이 가장 믿는 핵심 필승조로 성장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박영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26경기 1승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43의 성적으로 확실하게 스텝업 했다. 지난 6일 사직 롯데전에서 데뷔 첫 10홀드를 기록했다. 박영현이 있었기에 주권 김민수 등 과거 필승조 투수들이 부상으로 시즌 합류가 늦었을 때에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긴장하는 모습이 보이면 중요한 상황에 투입하지 못한다. 작년부터 그런 모습 보여줬고 작년 포스트시즌 2이닝 세이브가 많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라면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구위 자체가 훌륭하니까 차기 마무리로 써야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라고 박영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T 투수진의 미래 기둥이 되어야 하는 박영현이다. 구단의 투수진 플랜도 이제 박영현 위주로 짜여질 수밖에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은 KT 플랜의 시작점이다. 만 25세 이하, 4년차 이하의 선수들 가운데 필승조로서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투수는 박영현이 유일무이하다. 2년차 약관의 나이에 강심장으로 투수진을 이끌어가고 있기에 태극마크의 자격은 충분히 증명했다.
장성우는 "감독님과도 얘기를 했지만 (박)영현이는 현재 성적, 그리고 여러가지 면에서 당연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성우는 채찍질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에 영현이가 155km던지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더라. 그래서 나와 눈 마주칠 때마다 혼나고 있다"라면서 "자신이 왜 잘 던지는지, 왜 좋은지를 알아야 한다. 스피드가 빨라서가 아니라 공의 궤적이나 힘이 좋고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어서 잘 던지는 것이다"라면서 "영현이가 좋은 점은 낮은 빠른공이 다 볼처럼 보이는데 잡다 보면 다 스트라이크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나균안(롯데)의 공과 비슷하다. 낮은 볼 처럼 보이지만 존에 들어온다. 영현이도 그런 공을 일정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는 아니기에 직구를 더 살려야지 변화구도 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투수 조련사 감독, 그리고 우승 포수도 모두가 추천한다. 박영현의 태극마크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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