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투구다. 연투는 기본이고, 1군 콜업 이틀 만에 필승조로 편성돼 2경기 연속 홀드를 수확했다. 학교폭력 꼬리표를 뗀 이영하(26·두산)가 이승엽 감독이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필승조 요원으로 도약했다.
이영하는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8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홀드를 신고했다. 6일 한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위닝시리즈 조기 확보에 기여했다.
이영하는 5-3으로 앞선 8회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승엽 감독은 1-3으로 뒤진 7회 타선이 4점을 뽑으며 경기를 뒤집자 리드를 지켜낼 투수로 이영하를 택했고, 투수 교체는 적중했다.
이영하는 첫 타자 장진혁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후속 이진영을 만나 3B-1S에서 빗맞은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대타 박정현을 헛스윙 삼진, 문현빈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직구 구속은 140km 중반대에 그쳤지만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한화 젊은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영하는 6-3으로 앞선 9회 마무리 홍건희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14개.
작년 여름 학교폭력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하는 9개월간의 긴 법정 공방 끝 5월 31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영하는 곧바로 잠실구장으로 향해 1억6000만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완료했고, 퓨처스리그 1경기를 소화한 뒤 6월 3일 1군 콜업됐다. 셋업맨 정철원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음주 파문으로 말소되면서 예상보다 등록 시기가 당겨졌다.
복귀전은 여유로운 상황에서 성사됐다. 3일 수원 KT전 3-13으로 크게 뒤진 8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1군 분위기를 익혔고, 이튿날 KT전은 2-4로 끌려가던 5회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복귀 첫 멀티이닝 소화이자 연투였다.
이영하는 10개월의 공백에도 17승 에이스의 향기가 나는 구위를 뽐내며 전격 필승조로 편성됐다. 그리고 6일 잠실에서 한화를 만나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2021년 10월 26일 잠실 키움전 이후 588일 만에 감격의 홀드를 신고했다. 이영하는 법정 공방 속에서도 개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하며 8kg 감량과 함께 가볍고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이영하는 남은 시즌 정철원, 박치국 등과 함께 마무리 홍건희 앞을 든든히 지킬 전망이다. 이 감독은 “작년 9월부터 경기를 안 나갔는데 괜찮은 모습이다. 팀 사정 상 연투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잘해줬다. 연투에도 상태를 체크해보니 문제가 없더라. 앞으로 중요한 상황에 쓸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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