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이 힘들다".
KIA 타이거즈 19살 루키 윤영철이 KBO리그의 수준급 선발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윤영철은 지난 6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이후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충분히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으나 타선이 단 1득점에 그쳐 4승이 아닌 2패째를 당했다. 선배들이 힘이 되지 못했다.
눈부신 투구였다. 1회초 1사후 빗맞은 안타, 2루타, 볼넷을 내주고 만루위기에 몰렸다. 힘이 좋은 하재훈을 상대로 슬라이더를 던졌으나 빗맞은 중전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흔들림없는 편안한 투구로 7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주자를 내보내면 바로 병살로 유도하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데뷔 첫 7이닝 소화했고 퀄리티스트타플러스까지 작성했다. 그것도 대단한 커맨드 능력을 앞세워 99구로 이닝이터 능력을 과시했다. 주로 5이닝만 던지도록 배려했으나 이제는 6이닝을 너머 7이닝까지 소화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웠다. 팀내에서 가장 안정된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평균자책점도 2.89로 끌어내렸다. 규정이닝에 약간 모자라 방어율 10걸안에 이름을 넣지 못했지만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존재감 만큼이나 신인왕 포인트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윤영철의 장점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는 제구에 있다. 스트라이크 뿐만 아니라 유인하는 볼도 잘 던진다. 타고난 커맨드 능력이다. 직구의 스피드도 최고 142km까지 끌어올렸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종가치도 높다.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깊숙히 휘어지는 슬라이더가 예리한데다 체인지업도 완벽에 가깝다.
특히 피칭터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두 똑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뿌린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휘어지거나 뚝 떨어지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간간히 커브까지 던져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 앞으로 스피드업이 이루어지면 난공불락의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1회 빗맞은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린 SSG 하재훈도 감탄을 했다. "직구와 체인지업만 봤는데 슬라이더가 밀고 들어왔다. 힘으로 밀어냈다"면서 "정말 좋은 투수이다. 체인지업이 직구와 똑같은 궤적으로 들어온다. 구분이 힘들더라. 이런 부분에서 좋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윤영철은 11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나흘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또 한 번의 테스트이다. 아직은 휴가를 받을만큼 피로증세도 없고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좋은데 굳이 뺄 필요는 없다"면서 만족감을 보였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든든한 19살 루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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