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신의 스윙’ 또는 ‘시구의 여신’. 팬들은 그렇게 부른다. 이름은 이나무라 아미(27). 한때 일본 야구계의 신데렐라로 군림했다. 가장 인기 있는 시구녀로 꼽혔다. 그런 그녀가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섰다. 더 이상 마운드에서 불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전 구단 상대 승리, 전 구단 상대 홈런만큼이나 대단한(?) 기록이다. 전 구단 시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제까지는 NPB 10개 팀에 초청돼 마운드에 섰다. 남은 것은 2개뿐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히로시마 카프다.
대중 매체 뉴 포스트 세븐은 6일 그녀의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자이언츠와 카프에게 꼭 부탁합니다. 목표인 12구단 제패를 꼭 이루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그녀는 TV 광고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6년 제작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T사의 CF다. 도시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플레이 장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컨셉트다. 가정주부, 사무원, 알바생, 공장 노동자 등이 던지고, 치고, 달리는 컷으로 이뤄졌다.
그녀는 작품 마지막에 등장한다. 짧은 투피스 차림의 오피스룩으로 나와 호쾌한 스윙으로 배럴 타구를 만들어 낸다. 이로 인해 ‘신의 스윙(神スイング)’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켰다. 실제로 중학생까지 야구 선수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
이후 여러 팀에 초대돼 시구자로 활약했다. NPB 공식 경기에만 14번이나 출전했다. 173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파워 피칭이 일품이다. 마운드에 올라 특유의 하이킥과 화려한 와인드업으로 포수 미트까지 총알(?)을 쏜다. 노바운드는 기본이다. 웬만하면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다. 이제까지 기록된 최고 구속은 시속 105㎞에 이른다.
그라비아 모델 출신의 훤칠한 체격을 갖췄다. 게다가 깔끔한 개념으로도 유명하다. 투구는 언제나 18.44미터에서 이뤄진다. 진짜 투수판을 밟고 뿌린다. 시구가 끝난 후 흩어진 마운드 흙은 맨손으로 직접 고르게 펴고 퇴장한다. 팬들이 감동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2019년부터 등판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코로나 팬데믹이 되면서 절벽이 됐다. 2021년 5월 지바 롯데와 라쿠텐전이 마지막이다. 이때 구속이 95㎞로 급감했다. 게다가 원 바운드 패대기였다. 팬들이 “아미도 입스에 걸린 것 같다”며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2022년부터 5인제 손야구 ‘베이스볼5’ 리그에서 뛰고 있다. 소속팀 도쿄 베르디·밤바타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 외에도 골프, 마라톤, 사이클 경기에 출전한다. TV 예능 프로그램 MC로도 활동한다.
한국에도 상당한 팬덤을 가졌다. 2018년 잠실 구장을 방문해 트윈스의 시구자였던 ‘뽐가너’ 윤보미를 코치하기도 했다. “와인드업 이후 중심이 너무 빨리 넘어간다. 키킹 후 잠시 멈추는 동작을 하라”고 조언했다.
이때 중계하던 MBC Sports+ 정민철 해설위원이 “(윤보미가) 한번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류현진급 습득 능력을 갖췄다”는 드립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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