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거액을 들여 영입한 사이영상 2회 투수 제이콥 디그롬(35)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에이스가 두 달째 장기 결장 중이지만 팀이 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텍사스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투수 스펜서 하워드를 26인 로스터에 올리면서 디그롬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시켰다. 지난 4월2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오른 팔뚝에 뻐근함을 느껴 3⅔이닝 50구로 조기 강판된 디그롬은 이튿날 팔꿈치 염증이 확인됐다.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불펜 피칭으로 복귀를 위한 준비를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7일 볼티모어 원정 중 불펜 피칭으로 31개의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던지며 6월 복귀를 준비했지만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옮기면서 복귀가 미뤄졌다. 오는 29일 이후 로스터 복귀가 가능하다.
‘MLB.com’에 따르면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디그롬의 팔꿈치 상태가 우리 기대만큼 빠르게 호전되지 않았다. 통증이 반복되고 있는데 염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싶다. 이번 주초 또 다른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고 상태를 확인할 뒤 나아갈 것이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지난해 시즌 후 디그롬을 5년 1억8500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지난 2년간 뉴욕 메츠에서 옆구리, 전완근, 팔꿈치, 어깨 등 크고 작은 부상 여파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유리몸’이었지만 텍사스가 리스크를 안고 영입했다. 연평균 3700만 달러로 39세 시즌까지 보장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계약 첫 해부터 부상 리스크가 터졌다. 디그롬은 올 시즌 6경기에서 30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2승 평균자책점 2.67 탈삼진 45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1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손목 통증으로 4이닝 58구 만에 내려가 이상 조짐을 보였고, 이후 팔꿈치 염증으로 번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그롬은 지난 2021년에도 같은 부상으로 후반기 전체를 날린 바 있다.
영 단장은 “공을 던질 때 디그롬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마운드에서 그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고, 특별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디그롬이 지금 마운드에 없다는 게 아쉽겠지만 그를 데려온 건 5년을 내다본 결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상황도 그 점을 고려하고 있다. 마운드에 오르면 그보다 더 좋은 투수는 없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우리는 디그롬이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구단과 팀 동료,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하는 의지를 알고 있다”며 디그롬의 복귀를 자신했다.
디그롬이 장기 결장 중이지만 텍사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디그롬이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한 이날도 텍사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를 4-3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9회말 1사 1,2루 찬스에서 너새니얼 로우가 좌익수 앞으로 빠지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시즌 39승20패(승률 .661)가 된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를 굳건히 했다. 지구 2위 휴스턴(36승24패)에 3.5경기 차이로 앞서있다. 4년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현장에 복귀한 월드시리즈 우승 3회 ‘명장’ 브루스 감독의 지도 아래 몰라보게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계 2세 투수 데인 더닝이 13경기(5선발) 4승1패 평균자책점 2.06으로 디그롬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2년 3400만 달러에 FA 영입한 베테랑 선발 네이선 이볼디(8승2패 2.24)가 디그롬 뺨치는 투구로 에이스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존 그레이(6승1패 2.51), 마틴 페레즈(6승1패 3.97), 앤드류 히니(4승3패 4.03) 등 베테랑 선발들이 제 몫을 하면서 디그롬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텍사스는 선발 평균자책점 2.84로 이 기간 전체 1위다.
팀 타율 1위(.278), OPS 2위(.805)로 타선의 화력이 대단하다. 최근 24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인 2루수 마커스 시미언이 59경기 타율 3할6리 9홈런 48타점 OPS .882로 활약하고 있고, 3루 유망주 조쉬 영도 56경기 타율 2할9푼3리 12홈런 38타점 OPS .855로 잠재력이 터지는 중이다. 4월 중순 햄스트링을 다쳐 한 달 넘게 공백기가 있었던 유격수 코리 시거도 28경기 타율 3할5푼1리 6홈런 29타점 OPS 1.017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