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투수가 벌써 2승을 거뒀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두산 베테랑 좌완 장원준(38)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7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지난달 23일 감격의 130승 이후 13일을 쉰 장원준. 시즌 두 번째 등판을 맞아 또 한 번 관록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138km)이 첫 등판에 비해 2km 감소했지만 안정된 제구와 노련한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한화 타선을 1실점 봉쇄했다.
아울러 이날도 왕조 시절 파트너였던 양의지와 함께 신무기인 투심패스트볼을 기반으로 한 볼배합을 펼치며 위기의 두산 선발진을 구해냈다. 장원준은 이날 부진으로 말소된 최원준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장원준은 경기 후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 주말에 우리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져서 조금이나마 길게 던지려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 선발진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팀에 보탬이 돼 만족스럽다”라고 시즌 2승 소감을 남겼다.
확실히 첫 등판보다는 부담이 덜했다. 꿈의 130승을 달성했기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장원준은 “첫 경기에서는 130승 욕심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야구인생이 걸린 경기였다”라며 “그걸 달성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마운드에서 조금 더 즐길 수 있고, 부담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장원준은 2018년 3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를 시작으로 원인 모를 부진에 시달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67경기에 나섰는데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은퇴 위기에 몰렸다. 그랬던 그가 천신만고 끝 현역을 연장한 뒤 올 시즌 2경기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장원준과 함께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장)원준이 형은 섞어서 던진다. 투심을 던지다가 포심을 던지니 타자들이 헷갈리는 거 같다”라며 “투심도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에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있으니 더 그렇다. 그러다가 포심패스트볼도 한 번씩 던진다. 구종이 많으니까 로케이션이 수월하다”라고 분석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장원준은 다시 휴식을 갖다가 대체선발이 필요할 때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두산은 현재 딜런 파일, 곽빈, 최원준 등 선발 3명이 이탈한 상태라 예상보다 빠른 콜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원준은 “승수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지금 상황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라며 “우리 팀 선발투수들이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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