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고교 및 대학 유망주들이 대전에 집결했다. 한화 이글스가 국내 최초로 기획한 ‘한화 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 빅매치를 위해서였다.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1000여명의 관중들이 찾아 고교-대학 올스타전을 관람했다. 오후 1시 시작된 이날 경기는 2시부터 열린 KBO리그 3개 구장 경기와 시간대가 겹쳤지만 실시간으로 중계된 한화 구단 방송에는 5000여명의 동시 접속자가 들어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는 KBO리그 10개 구단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까지 방문해 선수들을 관찰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 최고 야구 유망주들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선수들에게도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쇼케이스 무대였고,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웃고 즐기는 올스타전이 아니었다. 서로 이기기 위해 전쟁 같은 승부를 펼쳤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고교팀 이영복 충암고 감독과 대학팀 정보명 동의대 감독도 치열한 벤치 싸움을 했다. 대학팀은 2회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를 대며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자 고교팀도 5회 찬스에서 연이은 희생번트를 발판삼아 6득점 빅이닝으로 역전했다. 대학팀은 5-6으로 뒤진 9회초 2사 2루 위기에서 이승민(휘문고)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른 뒤 실점 없이 막았고, 9회말 2사 2루에서 전다민(영동대)의 1타점 3루타로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연장 10회초 이영복 감독은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10회말 정보명 감독은 1사 만루에서 깜짝 스퀴즈 사인을 냈다. 번트 실패로 3루 주자만 죽었고, 경기는 결국 6-6 무승부로 끝났다. 마지막까지 불꽃 튀는 명승부. 경기가 끝난 뒤 이영복 감독은 “승부가 안 나서 아쉽다. 승부가 날 때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번 올스타전을 최초로 기획한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첫 대회를 잘 치른 것 같아서 다행이다. 선수들이 다들 즐거워하고, 좋은 반응을 보였다”며 “구단과 협회의 지원 덕분이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선수들이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교 선수들에 비해 관심이 적은 대학 선수들에게 더 큰 동기 부여가 됐다.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타로 MVP에 선정된 영동대 외야수 전다민은 “이런 경기를 열어주신 한화 구단에 감사하다. 내년에도 다른 친구들이 이런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를 비롯해 프로야구 선수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고교야구, 대학야구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고교 선수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이 됐다. 고교팀 선발투수로 나서 2이닝 무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좌완 최대어’ 황준서(장충고)는 “대학팀과 연습경기는 해봤지만 이렇게 올스타로 모인 대학 형들을 상대한 건 처음이었다.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5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하며 수훈상을 받은 외야수 이승민도 “첫 올스타전에 좋은 상을 받아 기쁘다. 좋은 실력을 가진 친구들과 신나게 경기했다. 즐거운 하루였다”며 기뻐했다.
KBO 신인 1차 지명 폐지로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면서 한화 구단은 연고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다.
아마추어 현장의 열악한 사정을 아는 정민혁 팀장이 학생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올스타전 아이디어를 냈고, 한화 구단이 전폭 지원하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과 공동 주최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도 적극 협조한 가운데 참가 선수들의 교통·숙박 등 제반 비용 전액을 한화가 부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