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홈런 거포로 향하는 원년이 되기를 모두가 바랐다. 그러한 시도와 노력도 했다. 하지만 모두의 희망사항은 현실이 아니라 희망사항으로만 남게 됐다. 성장통을 끝내고 도약하는 듯 했던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4)가 도약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야구가 없는 월요일이었던 지난 5일, 롯데는 내야수 한동희를 1군 엔트리를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동희는 올 시즌 43경기 타율 2할3푼5리(153타수 36안타) 2홈런 20타점 OPS .604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분명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다. 개막 첫 한 달 동안 타율 1할6푼9리(71타수 12안타) 2홈런 10타점의 성적을 남기며 고전했다. 그래도 5월에는 타율 2할7푼8리(72타수 20안타) 8타점, 6월 3경기 타율 4할(10타수 4안타) 2타점으로 점점 회복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한동희다운 강한 스윙과 시원한 타구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올 시즌 장타율이 .307로 현저히 떨어져 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한동희는 30홈런 거포로 변신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7개였던 한동희가 장기적으로는 30홈런 이상을 쳐줘야 하는 거포가 되어야 한다는 구단의 판단이었다. 과도기는 필연적이었지만 한동희의 재능이라면 그 과도기를 줄이면서 변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체중도 감량하면서 3루 수비를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다.
거포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모두가 수긍한다. 그러나 한동희의 변신 과정은 더뎠다.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스포츠투아이에서 측정한 올해 한동희의 평균 타구속도는 136.3km, 안타 타구속도는 148.6km였다. 지난해 평균 143.1km, 안타 타구속도 151km보다 떨어진 수치였다.
발사각을 높이는 시도는 성공했다. 지난해 14.9도에서 올해 17.5도로 상승했다. 그러나 되려 땅볼 타구의 비율이 늘었다. 지난해 38.9%에서 42%가 됐다. 그리고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30.4%에서 25%로 줄었다. 땅볼/라인드라브 유형의 타자였던 한동희에게 아직 완벽한 발사각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발이 느린 한동희에게 공을 띄워야 하는 것은 분명한 과제다. 이 타구를 외야로, 그리고 담장 밖으로 보내야만 한동희의 가치는 올라간다. 장점을 극대화 하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지만 현 시점까지는 과정이 성공적이지 않다.
과도기가 길어지고 선수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자 롯데도 결국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인내하고 기다렸지만 당장 회복의 기미가 뚜렷해지지 않자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팀은 여전히 상위권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고 한동희의 대체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3루가 가능한 박승욱의 타격감이 괜찮고 2군에서 김민수를 콜업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이학주도 3루가 가능하다. 노진혁의 3루 기용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동희는 어쨌든 팀에 필요한 선수다. 현재 팀 내에서 한동희만한 파워를 가진 타자는 없다. 한동희의 한 방이 필요한 시기는 분명히 온다. 그 시기를 위해 롯데와 한동희 모두 재정비를 위해 한 걸음 후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몰락이라고 하기에는 한동희의 미래는 창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