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난 듯 기우뚱거린다…이런 2위는 본 적이 없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6.06 09: 5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스코어 1-3이다. 2점이 까마득한 느낌이다. 홈 팀의 9회 말만 남았다. 아직 희망은 있다. 상대는 마무리 투수가 휴직 중이다. 직무대행은 김시훈이다. 아니나 다를까. 볼넷 2개가 생긴다. 1사 1, 2루의 기회가 열렸다. (4일 잠실, NC-LG)
운명이다. 하필이면 이 대목이 걸린다. 당시 시점으로 가장 ‘핫한’ 타자다. 뜨거운 시선을 받는 타자의 차례가 된다. 김현수다. 서로가 조마조마하다. 1루 쪽도, 3루 쪽도. 관중들이 손을 모은다.
덕아웃도 다르지 않다. 염경엽 감독은 초시계를 보지 않는다. 대신 공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낸다. 우중간 쪽으로 방향 제시도 한다. 타격 타이밍을 그쪽으로 잡으라는 바람인 것 같다. 근처의 김정준 수석, 이호준 타격 코치도 같은 화면에 잡힌다. 한결같이 간절함이 담긴 표정들이다.
그러나 소용없다. 타자는 이미 엉키고 있다. 130㎞ 스플리터(혹은 포크볼)에 연신 당한다. 모두 가운데로 몰린 공이다. 평소 같으면 감히 통할 리 없다. 아니, 적어도 인플레이 타구는 나올 것들이다. 그런데 아니다. 어색한 파울 2개, 그리고 5구째는 헛스윙으로 무너진다. 삼진 아웃. 고개를 들지 못한다. 힘없는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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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잠실 3연전이 의외였다. 원정팀 다이노스가 깔끔하게 청소했다. 무려 1위 팀을 상대로 시작한 시리즈였다. 그런데도 내내 압도하며, 게임을 이끌었다. 2017년 이후 무려 2191일 만의 일이다.
반면 트윈스는 무기력했다. 막강하던 공격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렇다 할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3연패는 안 된다는 몸부림도 소용없다. 불펜을 총동원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수모를 견뎌야 했다.
후유증이 뒤따랐다. 실패와 과오에 대한 질타다. 팬들이 준엄하게 지적하고, 미디어가 매섭게 따진다. 당연하다. 어쩔 수 없는 승부의 세계다. 패자가 감당할 몫이다.
다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비판과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지혜롭게, 또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했는가. 그게 오늘 하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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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계속된 이슈는 뚜렷하다. 김현수에 대한 문제다. 팬과 미디어가 제기한 이의는 틀리지 않다. 부진한 타자를 계속 (중심 타선에) 기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문이다.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말도 맞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책임자의 조치가 이뤄졌다. 염 감독은 당분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충전의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얘기는 이렇다. ‘그동안 감독은 휴식을 제안했지만, 선수 본인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했다’는 것이었다. 얼핏 들으면, 그럴 법한 말이다. 빠지는 게 달가울 선수는 없다. 타석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당연한 실전 심리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이 얘기가 불편했다. 마치 선수가 이기적인 자세였고, 감독은 이를 통제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다. 때문에 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좋지 않은 인상과,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남게 됐다.
물론 투명한 소통은 중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전력에 해가 될 정도로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선수는 곧 전력이다. 직접적인 충격은 막아줘야 한다.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그걸 살피는 게 책임자의 일이다. 그게 적절한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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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감독은 유능하다. 그런 평판을 가졌다. 그게 트윈스의 발탁 이유일 것이다. 다만, 부임 이후 한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슈에 대한 대응, 혹은 메시지 관리라는 부분이다.
시즌 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도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대한 대응이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솔직했다. 일일이 해명하고, 설명하기에 바빴다. ‘눈에 안 보이는 효과가 있고, 장차 득이 될 것’이라는 식의 반론도 펼쳤다.
결과는 좋을 리 없다. 오히려 논란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모양이 됐다. 결국 팬들 눈에는 사사건건 시빗거리가 생긴다. 득 될 게 없는 문제다. 자세히, 많이 언급할수록 불은 더 커지게 돼 있다. 빨리 끄는 게 우선이다. 불이 왜 났는지는 그다음 일이다.
이번 김현수 이슈도 마찬가지다. 뭔가 결단을 내린다는 모양새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건 좋지 않다. 차라리 엔트리 제외라면 모르겠다. 3~4게임 정도 아닌가. 굳이 어떤 ‘중대한 조치’ 같은 프레임을 씌울 필요는 없다. 내부 지침은 그렇더라도, 외부적으로는 데일리로 처리해도 그만이다. 이를테면 ‘오늘 하루는 빼기로 했다’ 같은 식으로 당일, 당일에 설명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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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김현수는 중요한 전력이다. 그렇다고 그의 부진이 이슈화되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슬럼프와 연패를 연결시키는 인식은 곤란하다. 이건 면죄부를 주자는 뜻이 아니다. 그걸로 인해 팀의 하락세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트윈스의 현재를 살펴보자. 3연패일 뿐이다. 여전히 상위권에 건재하다. 1위와 별 차이도 없다. 겨우 1게임 차 2위다. 그런데 뭔가 큰 고비인 것 같다. 그런 위기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물론 각성해야 한다. 질책은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은 메워야 한다.
김현수의 부진은 사실이다. 그게 패배의 일부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100%의 인과관계는 성립할 리 없다. 그는 5월 내내 1할대(0.148)에 머물렀다. 그때도 팀은 좋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잘 나갔다. 월간 승률이 0.727(16승 1무 6패)로 가장 좋았다. 5월 20일을 기점으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문제의 초점이 그에게만 쏠리는 건 타당치 않다는 말이다.
감독의 큰 업무 중 하나는 메시지 관리다. 미디어와 팬들에게 정제된 얘기를 전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불리할수록 그렇다. 너무 직접적이고, 자세할 필요는 없다. 중요하고, 대단한 결단이라는 느낌은 지양해야 한다.
말이 길수록 와전과 곡해의 우려가 커진다. 완곡하고, 우회적이어야 한다. 가능한 쿨한 척 넘겨야 한다. 리더이기 때문에, 문제는 본인이 해결한다? 그건 착각일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슈의 궁극은 해결이 아니다. 빠져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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