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가 잡히면 무적인데...
이의리는 지난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동안 8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2피안타 4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가 많아 5이닝만 던지고 내려갔고, 임기영 3이닝 무실점, 김유신 1이닝 무실점의 불펜지원에 힘입어 시즌 5승을 수확했다.
이의리는 KBO리그 최고투수 키움 안우진을 웃도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탈삼진이 압도적이다. 49⅓이닝동안 68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은 12.41개에 이른다. 11.63개의 안우진은 웃도는 넘버원 기록이다. 리그를 씹고 있는 NC 에릭 페디(11.40)도 이의리보다 낮다.
지난 5월30일 광주 KT전에서는 5이닝동안 11개를 뽑아내 개인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피안타율 1할8푼5리도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낮다. 안우진의 피안타율(.202),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196)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피홈런도 없다. 안우진은 2개, 알칸타라는 4개, 페디는 5개를 내주었다.
그만큼 구위가 위력적이다. 리그 3년차를 맞아 직구의 위력이 커졌다. 최고 153km를 찍은 포심의 위력이 대단하다. 공 자체도 묵직해 포심만 던져도 쉽게 공략당하는 유형이 아니다. 여기에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까지 던지니 타자들이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위를 지닌 이의리가 리그 최고 수준의 지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제구에 있다. 선발투수의 기본 책무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이하)가 11경기 가운데 1회에 그쳤다. 5월19일 키움전(광주) 7이닝 1실점이 유일했다. 경기당 평균 4⅓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닝을 많이 먹지 못해 항상 3이닝 소화가 가능한 롱맨 임기영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7.49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2위 롯데 한현희는 4.10개이다. 제구가 잘 듣지 않아 이닝당 투구수가 20개(20.3개)에 이른다. 역시 최다 1위이다. 안타는 적지만 볼넷이 많아 이니당 출루허용율이 1.50에 이른다. 규정이닝 선발투수 27명 가운데 25위이다.
그럼에도 평균자책점 2.55(6위)를 기록 중이다. 아슬아슬한 제구쇼를 보여주면서 5승을 따냈으니 WAR가 팀내 선발투수 가운데 1.35로 가장 높다. 1위는 안우진(2.84)이다. 자신의 능력에 50% 정도만 쓰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제구가 잡히면 KBO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