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새치가 많아졌습니다. 잠도 못 잡니다.”
학폭 이슈를 말끔히 해결했더니 음주 파문이 일어났고, 선발진에서는 무려 3명이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1군 제외됐다. ‘초보’ 이승엽 감독이 개막 2개월 만에 최대 시련을 맞이했다.
두산은 선발진 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명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이다.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이 우측 팔꿈치 내측 굴곡근 염좌 진단을 받으며 지난달 15일부터 재활을 진행 중이고, 우완 파이어볼러 곽빈은 5월 31일 창원 NC전을 마치고 허리 통증 재발로 이튿날 1군 말소됐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최원준마저 5월 21일 수원 KT전(4이닝 5실점), 30일 창원 NC전(3⅔이닝 5실점)에서 연달아 부진을 겪으며 31일 재조정 시간을 부여받았다.
1명도 벅찬데 3명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 중에는 외국인선수도 포함돼 있다. 이승엽 감독은 “새치가 많아졌다 잠도 못 잔다”라고 웃으며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직접 뛸 수 없기 때문에 전력 누수가 났을 때 메울 수 있는 자원을 구하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퓨처스리그가 있는 것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 새롭게 올라오는 선수들을 비롯해 모두가 조금 더 버텨야 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남은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제외하고 4~5선발 자원인 최승용, 김동주 모두 각종 시행착오 속 극심한 기복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이들로 계속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 감독은 “김동주의 경우 지친 것 같다. 팔이 자꾸 내려가는 걸 보고 힘이 떨어진 걸 느꼈다”라며 “사실 여유가 있으면 로테이션을 건너뛰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된다. 대안이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초보 감독의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0월 감독 부임 때부터 떠안은 이영하와 김유성의 학폭 리스크를 지난달 31일 이영하의 무죄 선고를 끝으로 말끔히 털어냈지만 6월이 되자 셋업맨 정철원의 WBC 음주 파문이 터졌다. 정철원은 2일 1군 말소 이후 이천에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부상자 속출에 그라운드 밖 이슈가 더해졌다. 완전체는 요원하다. 당장 이번주 장원준-박신지-알칸타라-김동주-최승용-곽빈 순의 임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지만 상수보다 변수가 많아 보인다. 11일 복귀 예정인 곽빈의 허리 상태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 여기에 주전 포수 양의지는 정강이가 온전치 않고, 정철원 대신 이영하를 올렸지만 워낙 실전 공백이 컸던 터라 정철원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딜런 빼고 부상 리포트 내용이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많더라. 종이만 보면 겁이 난다”라고 웃으며 “현재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다들 팀을 위해서 열심히 하다가 부상을 당했고 부진이 찾아왔다. 대신 이 시기가 지나서 선수들이 다 모인다면 정말 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 때까지 버텨야한다. 포기하지 않고 빠진 선수들의 몫을 나머지 선수들이 메워줘야 한다. 어쩔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두산은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며 5강권 안에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다. 초보 감독의 잇몸야구가 기대 이상으로 잘 통하는 모습이다. 이 감독은 “두 달 동안 5할 승률이 계속 간당간당한데 지금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선수가 없다고 져도 되는 건 아니다. 고참들에게도 ‘이 고비 넘겨야한다. 넘기면 좋은 날이 오니까 조금 더 힘내자고 했다’라는 말을 해줬다”라고 6월 성공적인 버티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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