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영혼을 담으면 한국 최고의 포수도 두렵지 않다. 프로 지명 때부터 제2의 오승환으로 주목받았던 박영현(20·KT)이 데뷔 2년차를 맞아 수식어에 걸맞은 멘탈과 구위를 뽐내고 있다.
박영현은 지난 4일 수원 두산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9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홀드 부문 공동 4위. 5-2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위력투를 뽐냈고, 정수빈-안재석-양의지를 만난 8회 깔끔한 삼자범퇴로 임무를 완수했다. 2사 후 양의지를 만나 2B-0S에 몰렸지만 2B-2S에서 과감하게 돌직구를 뿌려 1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투구수는 28개.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내 공을 믿고 던진다. 항상 영혼 있게 공을 던지려고 한다”라며 “마운드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양의지 선배라도 내 공을 못 칠 수 있다. 최대한 타자를 안 보려고 한다”라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유신고를 나와 2022 KT 1차 지명된 박영현은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마무리 유망주다. 첫 시즌 인상은 강렬했다. 제2의 오승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정규시즌 52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호투했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신기록(만 19세 6일)을 수립했다.
박영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세이브가 가장 컸다. 그런 무대에서 던졌다는 것 자체가 꿈같았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올해 잘 되는 것 같다”라며 “마운드에 오르면 타자를 유리하게 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내가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영현이 데뷔 2년 만에 KT 최고 믿을맨이 된 또 다른 요인은 롤모델 오승환이다. 지난해 수원을 찾은 오승환을 직접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박영현은 “제2의 오승환이라는 수식어가 나한테 붙는 것만으로 좋다. 예전에는 지켜만 봤지만 지금은 프로에서 같이 야구를 하고 있다. 동기 부여가 많이 된다. 옛날부터 지켜본 선배님이고, 내게는 우상이다”라고 전했다.
오승환으로부터 직접 들은 조언도 공개했다. 박영현은 “한창 안 좋았을 시기에 선배님을 찾아 방법을 여쭤봤는데 ‘네가 안 좋은 날에 타자 또한 안 좋을 수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엄청 크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박영현은 2년차를 맞아 구체적인 목표와 향후 방향성까지 정립했다. 그는 “내 꿈은 마무리투수다. 지금은 아직 2년차라서 경험 단계라고 생각한다. 형들도 앞으로 갈길이 많으니까 오늘 하루로 끝내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라며 “구속은 155km까지 찍고 싶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야구를 한다. 지금은 151km까지 나오는데 앞으로 155km를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대한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했다. 예비 명단에 포함된 박영현은 “당연히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공이 괜찮아 뽑히면 감사할 일이다”라면서도 “지금은 아시안게임과 상관없는 경기다. 팀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은 개인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2년차 징크스 없이 평균자책점 2.60으로 순항 중인 박영현. 끝으로 그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박영현은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기록은 25홀드를 해보고 싶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마운드에서의 담대한 모습 때문에 잠시 잊은 게 있었다. 박영현은 올해로 20살이 된 프로 2년차 신예. 그는 금세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나요. 홀드는 괜찮을 것 같은데 155km가 문제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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