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공식 160km 파이어볼러 문동주(20·한화)에게 지난 5월은 20살 야구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4월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2.38로 시작이 좋았지만 5월 들어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22로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피안타율(.179→.302), 9이닝당 볼넷(2.78개→7.63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시작이 지난달 13일 문학 SSG전이었다. 이날 문동주는 2⅓이닝 7피안타 3볼넷 2사구 7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데뷔 후 개인 최다 실점이자 선발등판시 최소 이닝 경기. 그 영향이 19일 잠실 LG전, 25일 대전 KIA전까지 이어졌다. 2경기 모두 4이닝 3실점으로 5회를 못 넘기고 내려갔다. 구속이 떨어진 건 아닌데 제구가 흔들리며 투구수 관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첫 등판에서 우리가 알던 문동주로 돌아왔다. 지난 1일 대전 키움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데뷔 첫 7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문동주는 “최근에 좋지 않아 평상시보다 조금 더 긴장됐다. 잘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야구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SSG전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는데 힘으로 던지려 하다 보니 볼이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두 번씩 크게 무너지는 날이 있다. 다만 아직 20살로 경험이 많지 않은 문동주에겐 SSG전 7실점 충격이 꽤 컸던 모양. 그 잔상이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며 심적인 부담이 커졌다. 워낙 주목도가 높은 선수이다 보니 부진도 더 크게 조명됐다. 문동주는 “신경 안 쓴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에서도 문동주에게 여러 이야기와 조언을 건넸다. 부진한 시기에는 말 한마디도 스트레스와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문동주는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그는 “정말 많은 분들께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공통된 의견이 제구였다. 제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됐다”며 “최재훈 선배님과 경기 전부터 ‘3구 안에 승부’,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자’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직구 구속은 트랙맨 기준 최고 158km, 평균 153km로 빨랐지만 쥐어짜내지 않고 힘을 조금 빼고 던졌다. 5월에는 포수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도 종종 보였는데 이날은 공을 받자마자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힘을 빼고, 생각을 줄인 문동주는 단순하지만 강한 투구를 펼쳤다. 1회 시작부터 3회 1사까지 7타자 상대로 15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리듬이 살아났다. 이날 경기 스트라이크 비율이 71.3% (62/87)에 달했다.
5월에는 체인지업 구속이 너무 빨라 직구 타이밍에 맞아나간 문동주는 최원호 감독 조언으로 체인지업 그립을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날 체인지업은 3개밖에 던지지 않았는데 3회 김동헌 상대로 던진 5구째 공은 손에서 완전히 빠져 백네트 관중석 쪽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물이 있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깜짝 놀란 관중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문동주는 “체인지업 그립을 바꿔봤는데 오늘은 좋지 않았고, 많이 안 던졌다. 사실 ‘문동주하면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전에도 체인지업을 10개 이상 던져본 적 없다. 다른 구종을 더 많이 썼다”며 “그렇다고 체인지업을 신경 안 쓰겠다는 건 아니다. 체인지업이 있다면 분명 경기를 조금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다. 계속 연습할 것이다”고 발전 의지를 보였다. 5월 부진을 두고 “야구 공부 더 많이 했다”고 표현한 문동주.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한편 최원호 감독은 다다음주에 화요일, 일요일 주 2회 등판 순서가 되는 문동주의 등판 일정과 관련해 “지난번 동주가 열흘을 쉬고 나서 안 좋았다. 동주 본인도 투수코치를 통해 정상 로테이션을 원한다고 한다. 그때 가서 동주 의견을 듣고 구단과 논의해서 결정하려 한다”며 “안 좋을 때 한 번씩 빼주는 건 괜찮지만 굳이 좋을 때 억지로 빼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