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로선 속 쓰린 일이다. 2025년까지 남은 잔여 연봉 2760만 달러(약 360억원)을 다 주고 방출한 외야수 애런 힉스(34)가 같은 지구 경쟁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가서 살아날 조짐이다.
힉스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5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9회 1타점 3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출루로 활약하며 볼티모어의 8-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일부터 볼티모어 이적 후 4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1타점 3볼넷 1삼진 OPS 1.208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4경기 모두 출루했고, 2안타 멀티히트도 2경기. 표본이 많지 않지만 이전까지 힉스의 성적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힉스는 지난달 27일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됐다. 방출 전까지 양키스 소속으로 28경기 타율 1할8푼8리(76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OPS .624로 부진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부진이 3년째 이어지자 지난달 20일 양키스는 힉스를 양도 지명(DFA) 처리했다.
예상대로 웨이버 기간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았고, 양키스는 힉스를 완전 방출로 정리했다. 올해 연봉 1050만 달러 중 남은 762만968달러, 2024~2025년 연봉 950만 달러, 2026년 팀 옵션 미실행시 바이아웃 100만 달러까지 약 2760만 달러(약 360억원)를 허공에 날리면서 힉스를 방출했다.
스위치히터 중견수 힉스는 지난 2014년 미네소타에서 데뷔한 뒤 2016년 양키스로 트레이드됐고, 2017년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2018년 개인 최다 27홈런을 터뜨리며 OPS .833으로 활약했고, 2019년 2월 양키스와 7년 7000만 달러 연장 계약도 맺었다.
그러나 계약 첫 해부터 허리, 팔꿈치 부상으로 59경기 출장에 그쳤다. 2021년에도 5월 중순 왼쪽 발목 수술을 받고 32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다. 부상이 없었던 지난해에도 130경기 타율 2할1푼6리 8홈런 OPS .642로 극악의 성적을 냈다. 양키스의 계륵으로 전락했고, 극성맞은 뉴욕 언론과 팬들이 힉스를 맹비난했다.
올해는 시작부터 주전 자리를 빼앗긴 힉스는 “내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막 두 달 동안 반등하지 못하면서 방출됐지만 양키스와 같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볼티모어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전 중견수 세드릭 멀린스가 오른쪽 사타구니 부상을 당한 볼티모어는 대체 자원으로 힉스를 최저 연봉(72만 달러)에서 남은 일수에 비례한 금액만 주고 데려왔다.
마이크 엘리아스 볼티모어 단장은 “우리는 스카우트 및 평가 관점에서 보는 것들이 있는데 기록과는 매우 다르다. 힉스는 우리가 좋아하는 부분들이 있고,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힉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는데 팀에 오자마자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DFA 통보를 받은 뒤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며 눈시울을 붉힌 힉스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즈니스의 일부다. 이제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양키스는 정말 좋은 팀이지만 나와 잘 맞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하필 같은 지구 볼티모어로 이적하면서 힉스가 양키스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5일까지 볼티모어는 37승22패로 양키스(36승25패)에 2경기 차이 앞선 AL 동부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내달 4~7일 뉴욕에서 4연전, 29~31일 볼티모에서 3연전이 예정돼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