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최종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아쉽게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또 다른 후보 미겔 로하스(LA 다저스)와 김하성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김하성과 절친한 샌디에이고 간판 3루수 매니 마차도(31)는 이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마차도는 “지난해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해 놀랐다. 기록이 아니라 과거 좋은 모습을 보여준 특정 선수에게만 상이 돌아간다”며 수비 명성이 높은 선수들이 이름값으로 골드글러브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포함 각 리그 10명씩, 총 20명의 선수들이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된다. 30개 구단 감독과 팀당 최대 6명의 코치들 투표로 75%,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 25%를 합산해서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객관적 기록보다 현장의 주관이 더 큰 비중으로 반영되다 보니 이름값 높은 선수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올해도 김하성은 골드글러브급 수비를 펼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일관된 부분은 수비다. 한때 골드글러브 후보가 될 것 같지 않았던 선수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김하성은 2루수를 중심으로 3개 포지션을 소화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DRS(Defensive Run Save·수비로 실점을 막아낸 수치) 13을 기록 중이다. OAA(Out Above Average·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도 5로 리그 전체 2위인 주전 유격수 잰더 보가츠(7)에 이어 팀 내 2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당시 공격적인 잠재력으로 주목받은 김하성은 한국인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김하성은 “처음에는 내가 골드글러버가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3년차 되면서 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열심히 내 일을 하다 보면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 샌디에이고 내야 수비 지도를 한 바비 디커슨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디커슨 코치는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자리를 옮겼지만 김하성이 “첫 날부터 나의 수비 멘토였다”고 말한 마차도가 여전히 그의 옆을 지키고 있다. 골드글러브 2회 수상 경력의 마차도는 특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3루수로 유격수 경험도 있다.
마차도는 “김하성은 어느 자리든 문제없다. 최고의 수비수가 되고 싶어 한다. 그의 준비성이 낯선 리그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왔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김하성은 지금까지도 그걸 받아들이며 계속 노력하고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선수 중 몇 명에게서 배운 것도 있지만 결국 김하성이 해낸 것이다”며 “올해는 확실히 그에게 좋은 해가 될 것 같다”고 골드글러브 수상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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