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 이진영(27)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생애 첫 만루 홈런과 화끈한 배트 플립으로 홈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진영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홈경기에 5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교체출장, 우규민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한화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2경기 연속 삼성에 패하며 스윕을 당할 위기였던 한화는 이진영의 한 방으로 한 주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장식했다.
한화는 1~2회 6득점을 내며 6-0 리드를 잡았지만 3회 2점, 5회 3점을 내주며 6-5 1점차로 쫓겼다. 하지만 곧 이어인 5회 공격에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삼성은 투구수 110개가 된 선발투수 앨버트 수아레즈 대신 베테랑 사이드암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자 최원호 한화 감독이 김태연 타석에 이진영을 대타로 호출했다.
전날(3일) 9번타자 좌익수로 나왔으나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며 9회 수비 실책까지 범한 이진영은 경기 후 야간 특타를 소화하며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승부처에 나온 이진영은 우규민 상대로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커브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2호 홈런. 개인 통산 첫 만루 홈런이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이진영은 배트를 높이 던졌고, 오른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연이틀 1만2000석을 가득 메운 대전 홈 관중들이 이진영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 후 이진영은 “정현석, 김남형 타격코치님이 전력 분석 차트를 보여주면서 슬라이더(투구 분석표에는 커브)를 노리라고 얘기해주셨다. 그 공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마침 딱 들어와 자신 있게 돌렸다. 맞자마자 홈런이 될 줄 알았다”며 “만루 홈런은 야구하면서 처음이다. 홈에 들어올 때 주자 3명이 있는 것을 보고 ‘이게 만루 홈런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
배트 플립과 세리머니에 대해선 “정신이 없어서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난다. 미리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다. ‘빠던’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타격 후 빨리 뛰는 스타일이라 배트를 놓곤 했는데 잘 맞으면 그렇게 된다. 하고 싶지 않은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5월 중순까지 좋은 타격감을 보인 이진영이지만 최근에는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며칠간 야간 특타도 소화한 그는 “최근 타격감이 많이 안 좋았다. 기술적인 것보다 자신감을 얻으려고 계속 특타를 했다. 어제도 안 좋은 경기를 했지만 코치님들과 얘기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 ‘못하면 다시 2군 내려가서 준비하면 된다. 후회 없이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진영은 지난달 14일 문학 SSG전에서도 7회 대타로 나와 노경은 상대로 우측 2타점 2루타를 터뜨린 바 있다. 대타로 나올 때마다 한 건씩 하는 그는 “(최원호) 감독님이 중요한 상황에 저를 대타로 내는 이유가 있으시다. 그럴 때 하나씩 잘해야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신 게 기분이 좋다”며 “주전으로 나가면 좋겠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맞춰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