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야속할 뿐이었다. 한때 수비의 두산을 이끌던 ‘천재 유격수’ 김재호(38)가 두 차례의 뼈아픈 포구 실책으로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 KT의 시즌 9번째 맞대결.
두산은 좌완 신예 최승용으로 1회 2사 만루 위기를 막은 뒤 2회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1사 후 양석환의 빗맞은 중전안타에 이어 호세 로하스가 KT 대체 선발 이선우 상대 우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풀카운트서 9구째 몸쪽 슬라이더(119km)를 받아쳐 시즌 10호포를 신고했다. 홈런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선 순간.
기쁨도 잠시 2-0으로 앞선 2회 수비 실수로 상대에게 분위기를 넘겨줬다. 1사 후 이호연 타석이었다. 타구가 3루수와 좌익수 사이 애매한 곳에 떨어졌고, 유격수 김재호가 빠르게 달려가 타구 처리를 시도했지만 공을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하며 타자 주자에게 2루를 허용했다. 실책이었다. 마운드에 있던 선발 최승용은 대타 박경수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1, 2루 위기서 김상수의 1타점 2루타, 강백호의 2타점 적시타로 2-3 역전을 헌납했다.
2-3으로 뒤진 3회에도 실책이 하나 올라갔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1루수 양석환이 황재균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것. 굴러오는 타구를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포구 과정에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공을 줍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최승용이 후속 이호연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며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실책 주인공 또한 김재호였다. 2-4로 끌려가던 5회 1사 2루서 문상철의 땅볼 타구 포구에 실패했다. 원바운드 된 공이 글러브에 튕겼고, 이를 재빠르게 주워 송구 동작을 취했지만 이미 문상철이 1루에 도착한 뒤였다. 김재호는 아쉬운 미소로 실책의 아쉬움을 삼켰다. 흔들린 이영하는 다음 타자 황재균을 8구 끝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에 처했지만 이호연을 병살타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두산은 결국 KT에 2-5로 패하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시즌 성적 24승 1무 24패가 되며 5할 승률마저 위태로워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일단 수비에서 안정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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