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가경.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다. 나이는 스물넷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프로 6년 차다. 2018년 2차 5라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삼성 외야수 윤정빈은 입단 후 '타자 기대주'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다. 키 182cm 몸무게 93kg의 탄탄한 체격이 돋보인다. 한눈에 봐도 힘 좋게 생겼다는 느낌이 확 든다.
부천고 시절 "파워는 강백호(KT)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7년 6월 17일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경기권B 충훈고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는 등 잠재 능력을 지녔다. 장차 삼성 타선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컸던 게 사실. 지난해 1군 무대에 첫선을 보였고 13경기에 나서 10타수 무안타 1득점에 그쳤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긴 기다림 속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나무가 순식간에 자라나듯 윤정빈 또한 그럴 만한 자질을 갖췄다.
윤정빈이 3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1-2로 뒤진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재일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윤정빈은 한화 선발 펠릭스 페냐의 4구째 직구(146km)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아치로 연결했다. 비거리는 135m.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때 "장타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던 그는 영양가 만점의 한 방으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윤정빈의 한 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삼성은 8회 4득점 빅이닝을 완성한 데 이어 9회 1점을 추가하며 7-2로 승리했다. 위닝시리즈 확보.
"상대 투수가 공격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이면 무조건 돌린다고 생각하고 들어섰다. 마침 직구가 들어와 힘껏 스윙했다. 맞는 순간에는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3루까지 무조건 뛰어가려 했다. 홈런공은 경기 후 (이병규) 수석 코치님이 챙겨주셨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많은 축하를 받았다". 윤정빈의 데뷔 첫 홈런 소감이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 윤정빈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타로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홈런을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뒤늦게 1군 무대 첫 홈런을 신고한 윤정빈. 성공의 날개를 활짝 펼칠 때가 됐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