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을 받고 왔으니까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프리에이전트(FA)로 4년 50억 원에 계약한 유격수 노진혁(34)에 대한 기대는 컸다. 장타 치는 주전 유격수에 대한 로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선수였다. 다만 고질적인 허리 문제가 있기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롯데도 이를 모르지 않는 만큼 노진혁의 허리 상태를 각별하게 관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씩은 선발에서 제외되면서 휴식을 부여하고 있다. 노진혁은 "일주일에 한 번 씩은 쉬게 해주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라면서 "나는 많은 돈을 받고 왔다. 쉬는 거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속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노진혁의 투철한 책임감은 타석에서의 마음가짐으로도 연결된다. 올해 팀 승리가 필요한 득점권 상황에서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Close & Late의 긴박한 상황(7회 이후 1점 리드 또는 동점, 자신 또는 대기 타석에 있는 선수가 동점주자가 될 경우)에서 타율 4할7푼1리(17타수 8안타) 1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3일 사직 KIA전 역시 노진혁은 5-5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뽑아내면서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득점권 타율은 2할5푼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3일 경기처럼 정말 중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노진혁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스포츠투아이 측정 WPA(승리 확률 기여도)는 1.18로 팀 내 1위, 리그 5위에 해당한다. 남다른 승리 기여도에 노진혁은 흡족해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의 득점권 상황에서의 부진, 그리고 타점을 쓸어담지 못하는 것을 자책하고 있다. 그는 "올해 득점권 상황에서 선방하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타점을 많이 못 해서 조금 안타깝다"라면서 "타점 욕심이 있는 편이다. 초반에는 팀 내 1등을 하고 있었는데 5월부터 타점을 못 올려서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다. 타격 사이클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또 못 올릴 때 보면 스트레스 받는 것은 똑같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롯데가 50억을 투자한 이유를 노진혁은 알고 있고 이를 경기력으로 치환시키려고 한다. 노진혁의 남다름 책임감이 롯데의 상승세와 3강 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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