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에 스텝업 했고 주전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팀을 벼랑 끝까지 지탱했다. 1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미스터 제로’까지 꿈꿨다. 하지만 홀로 소년가장의 몫을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KIA 타이거즈 최지민(20)은 고개를 감쌀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KIA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말 5-6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사 만루에서 노진혁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2연패를 당했다.
이날 KIA는 2회초 대거 3득점에 성공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선발 메디나가 위기관리 능력으로 5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0의 리드. 그러나 6회말 롯데의 응집력에 내리 4실점 하면서 3-4로 역전 당했다.
KIA 타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3-4로 역전을 당하고 맞이한 7회초 2사 후 박찬호의 동점 적시타가 나왔다. 7회말 다시 안치홍에게 4-5로 끌려가는 적시타를 내줬지만 8회초 대타 이창진의 동점 우전 적시타로 5-5 동점에 성공했다.
필승조 전상현, 마무리 정해영이 모두 1군에 없는 상황에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유지 중인 KIA는 경기 중후반 버티는 힘이 롯데에 비해 약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KIA는 최후의 보루를 보유하고 있었다.
2년차인 올해 ‘빅스텝’에 성공하면서 초신성의 좌완 불펜이 된 최지민은 최근 1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KIA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당장 전상현 정해영이 없는 뒷문을 걸어잠굴 ‘0순위’ 투수로 거듭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2승 무패 1세이브 3홀드에 평균자책점은 1.07에 불과했다.
최지민은 4-5로 뒤집어진 7회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노진혁을 삼진으로 솎내면서 7회를 마무리 지었고 8회 동점이 됐다.
8회말에는 고승민을 삼진, 유강남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정훈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줬지만 황성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좌익수 이창진의 머리 위로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걷어내며 최지민에게 힘을 실었다.
씩씩하게 던지던 최지민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1⅓이닝을 투구하고 있던 상황. 3이닝 째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 그 역시도 부담이 됐을까. 선두타자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줬다. 최지민은 풀카운트에서 회심의 몸쪽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볼 판정을 받았다. 머리를 감싸쥐고 좌절했다. 이후 2루 도루까지 허용했고 전준우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최지민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이어 올라온 장현식은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노진혁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최지민의 책임주자가 홈을 밟았다. 지난 4월15일 키움전 1⅓이닝 1실점 이후 17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도 18경기 만에 실점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1.01까지 떨어졌던 평균자책점은 1.35로 올랐다.
지난 겨울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갈고 닦은 기량이 올해 만개했다. 그런데 2년차 약관의 20세 시즌에 너덜너덜해진 불펜진을 지탱하고 있다. 소년가장의 좌절은 KIA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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