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후덕한 외모로 친근한 이미지를 풍겼던 이영하(26·두산)가 홀쭉해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그 동안 억울한 누명과 함께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던 모양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8차전을 앞두고 학폭 혐의를 벗은 우완투수 이영하를 1군 엔트리에 전격 등록했다.
작년 여름 학교폭력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하는 9개월간의 긴 법정 공방 끝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5월 31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영하는 곧바로 잠실구장으로 향해 지난해보다 4000만 원 삭감된 1억6000만 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완료했고, 퓨처스리그 1경기를 소화한 뒤 이날 곧바로 1군 콜업됐다. 셋업맨 정철원이 WBC 음주 파문으로 말소되면서 예상보다 등록 시기가 당겨졌다.
모처럼 취재진 앞에 양복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선 이영하는 “일단 시차 적응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퓨처스리그에서 하다가 오랜 만에 와서 아침에 눈이 떠졌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기분이 좋다. 동료들이 다 반겨줬고 장난도 많이 쳤다. (박)치국이가 가장 좋아하더라. 또 1군에는 많은 팬들이 계셔서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 마음고생에 얼굴이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후덕한 이미지였던 작년과는 완전 분위기가 달랐다. 이영하는 “살이 빠졌다. 원래 빼려고 했는데 마침 딱 마음고생할 일이 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빠졌다”라며 “사실은 3~4kg 정도 빼려고 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의도치 않게 8kg 정도 빠졌다. 그 덕에 몸은 좋아졌다. 다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좋아졌을 리가 없는데. 준비를 잘했으니 이제 야구장에서 성적만 잘 나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때 선발에서 17승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이영하의 보직은 불펜이다. 이승엽 감독은 “준비 기간이 부족해 우선 중간으로 기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하는 “올해는 욕심을 버렸다. 선발하는 건 욕심이고 불펜으로 많이 던지고 싶다. 또 많이 이기고 싶다. 아까 오전에 코치님이 보직을 물어보셨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당장 잘하고 이기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영하는 “다시 잘 던지면 팬들이 좋아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어쨌든 안 좋은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에 그 동안 많이 느끼고 배웠다. 좋은 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잘하면 팬들이 더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영하는 이날 두산 원정팬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8월 13일 잠실 SSG전 이후 294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고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9km의 직구와 슬라이더 등 2개의 구종을 이용해 1군 마운드 적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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