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대항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아니었다. 지난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뜻밖의 다저스 대항마로 떠올랐다.
애리조나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를 3-2로 승리했다. 지난달 29일 보스턴 레드삭스전부터 최근 6연승을 질주, 시즌 성적 35승23패로 승률 6할대(.603)에 올라섰다.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공동 1위. NL 전체를 통틀어 최고 성적이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다저스를 넘어 NL 최고 전력으로 평가됐지만 26승31패(승률 .456)로 지구 4위에 허덕이는 사이 애리조나가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 KBO리그 SK 와이번스 출신 ‘역수출 신화’ 투수 메릴 켈리가 있다. 켈리는 이날 애틀랜타 강타선을 맞아 7이닝 5피안타(2피홈런) 3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했다. 최고 94.8마일(152.6km) 싱커(37개)를 비롯해 커터(24개), 포심 패스트볼(23개), 슬라이더(6개), 체인지업, 커브(이상 5개) 등 6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안정감을 이어갔다.
이날까지 켈리는 올 시즌 12경기(70⅔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77개를 기록 중이다. NL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5위. 12경기(72⅔이닝) 7승2패 평균자책점 2.72 탈삼진 82개를 기록하고 있는 팀 동료 잭 갤런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발 원투펀치로 애리조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시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받은 외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와 포수 가브리엘 모레노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구리엘은 52경기 타율 3할1푼(197타수 61안타) 9홈런 35타점 OPS .90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고, 포수 유망주 모레노도 주전 마스크를 쓰며 46경기 타율 2할8푼3리(145타수 41안타) 2홈런 21타점 OPS .689에 도루 저지율 56%로 공수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애리조나에서 외야수, 포수를 오가며 151경기 타율 2할3푼5리(531타수 125안타) 27홈런 74타점 16도루 OPS .745로 활약한 바쇼는 올해 토론토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57경기 타율 2할1푼4리(215타수 46안타) 9홈런 24타점 OPS .657로 홈런은 많지만 타격 생산성이 떨어진다. 현재까진 애리조나의 트레이드 승리.
여기에 특급 신인까지 등장했다. 시즌 전 8년 1억1100만 달러에 깜짝 연장 계약을 체결한 외야 유망주 코빈 캐롤이 폭풍 성장 중이다. 55경기 타율 2할8푼8리(191타수 55안타) 9홈런 24타점 16도루 OPS .888로 공수주에서 잠재력을 폭발하며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팀 성적이 오르면서 홈구장 체이스필드도 애리조나 관중들의 발길로 붐빈다. 32경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총 2만8529명의 관중이 늘었다. 3일 경기 후 켈리는 “구장 분위기가 굉장했다. 이곳에 와서 느낀 분위기 중 최고였다. 우리는 정말 좋은 팀이고,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았다”며 “지난 몇 년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잘하면서 자신감이 쌓였다”고 말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20개의 실책으로 탄탄한 수비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3일 경기에서 포수 모레노가 1회부터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의 2루 도루를 저지했고, 3회 중견수 캐롤이 기막힌 슬라이딩 캐치로 마이클 해리스 2세의 안타를 지워냈다. 계속된 3회 2사 1루에선 오스틴 라일리가 좌측 2루타를 쳤지만 좌익수 구리엘, 유격수 닉 아메드, 3루수 엠마누엘 리베라로 이어진 긴밀한 중계 플레이가 빛났다. 홈을 노리던 1루 주자 맷 올슨이 3루로 돌아가려다 태그 아웃되며 이닝이 끝났다.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은 “자주 볼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런 수비가 우리의 준비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흔치 않은 방식으로 수비를 했고, 그게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 이유”라고 만족스러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