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17승 에이스 이영하(26)가 학교폭력 혐의를 벗고 10개월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8차전을 앞두고 우완투수 이영하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작년 여름 학교폭력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영하는 9개월간의 법정 공방 끝 지난달 31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복이 아닌 트레이닝복 차림의 이영하는 취재진과 만나 “일단 시차 적응부터 해야할 것 같다. 퓨처스리그에서 하다가 오랜 만에 와서 아침에 눈이 떠졌다”라고 웃으며 “기분이 좋다. 팬들도 계셔서 좋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영하를 가장 반긴 동료는 박치국이었다. 이영하는 “반겨주는 사람도 있고 놀리는 사람도 있었다. (박)치국이가 게임할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오니까 좋아하더라”라며 “투수 형들은 다 반겨줬고 야수 형들도 반겨줬다. 장난도 많이 쳤다”라고 말했다.
이영하는 무죄 판결 이튿날 곧바로 퓨처스리그 한화전에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그는 “8개월 정도 쉬어서 구속이 155km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나왔다”라고 웃으며 “몸 상태는 괜찮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꾸준히 했다. 1군은 관중들이 있고 분위기가 다르니까 그런 부분만 잘 적응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 코치님들과 연습하고 고친 부분이 잘 나왔다”라고 밝혔다.
한때 선발에서 17승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이영하의 보직은 불펜이다. 이 감독은 “준비 기간이 부족해 우선 중간으로 기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영하는 “올해는 욕심을 버렸다. 선발하는 건 욕심이고 불펜으로 많이 던지고 싶다. 또 많이 이기고 싶다. 아까 오전에 코치님이 보직을 물어보셨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당장 잘하고 이기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영하는 “다시 잘 던지면 팬들이 좋아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어쨌든 안 좋은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에 그 동안 많이 느끼고 배웠다. 좋은 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잘하면 팬들이 더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영하의 쓰임새에 대해 “첫 경기는 편안한 상황에서 내보낼 것이다. 본인은 준비가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 정철원이 이탈하면서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2군에서 보여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정철원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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