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출발은 늦었다. 그러나 팀 전력에서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14년차 베테랑의 시간은 6월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36)의 활약을 다시 기대해볼 수 있을까.
정훈은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5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의 활약을 펼치며 14-2 대승에 주춧돌을 놓았다.
올해 정훈의 시즌 출발은 너무 좋지 않았다. 주전 1루수 자리는 고승민에게 내줬고 플래툰 혹은 대타로 나마 그나마 기회를 잡았다. 한정적인 기회 속에서 정훈의 타격감 회복은 더뎠다. 한 달 가량 1군에 머물렀지만 정훈의 성적은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 2득점에 불과했다. 지난 5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래리 서튼 감독은 “중요하고 필요한 리더다”라면서 “긴 시즌 중에 필요하다. 2군에서 많은 타석을 소화해서 밸런스, 리듬, 타이밍을 찾기 바란다”라고 말한 뒤 정훈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약 한 달 가량을 2군에 머물렀다. 부상 외의 이유로 2군에 이렇게 오래 머문 것은 2019년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정훈은 다시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10경기에 나서 타율 4할4푼4리(27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 OPS 1.124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서튼 감독이 바라는대로 타격감을 끌어 올렸고 지난 4일, 다시 1군에 등록됐다.
국해성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하루 먼저 콜업이 됐지만 주말 KIA 3연전에 콜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양현종-메디나-이의리가 KIA의 예상 선발진이었다. 롯데가 올해 좌완 선발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훈과 같은 스페셜리스트는 필요했다.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 맞이하는 1군 타석이었기에 기대가 있었다. 상대가 리그 대표 에이스 양현종이었지만 정훈의 선발 출장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벤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2-0으로 앞서가던 무사 1,2루에서 정훈은 희생번트 작전을 성공시켜 1사 2,3루 기회를 이었고 이후 김민석의 좌전 적시타, 이학주의 만루포까지 연결됐다. 롯데는 1회에만 7득점의 빅이닝을 만들었다.
2회 2사 2루 타석에서는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복귀 후 첫 안타, 그리고 시즌 2호 안타를 때려냈다. 시즌 첫 타점이기도 했다. 이후 정훈은 2개의 볼넷을 더 얻어내면서 3출루 경기에 성공했다.
경기 후 정훈은 “2군에서 타석을 많이 소화하며 감이 좋아졌다 생각한다. 오늘 앞에서 타자들이 점수를 워낙 많이 내줘서 펀하게 타석에 들어갔다. 상대 투수가 워낙 좋은 투수기도 해서 못쳐도 그만 이라는 마음을 먹은것이 운 좋게 하나 걸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정훈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올해 주전 1루수로 나서는 고승민은 좌투수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19타수 1안타). 양현종을 상대로 징크스는 어느 정도 탈피했지만 전체적으로 좌완 선발들을 공략하지 못했다. 정훈이 스페셜리스트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는 충분하다.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 정훈의 시즌은 6월부터 다시 사직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