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받아들여라”…신인왕→첫 국대→음주 파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03 10: 30

지난해 1군 데뷔 후 꽃길만 걷던 정철원(24·두산)에게 첫 시련이 찾아왔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은 제자에게 2군행을 통보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2일 수원 KT전에 앞서 태극마크를 달고 음주 파문을 일으킨 우완투수 정철원을 전격 1군 말소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향한 문책성 조치였다. 
정철원은 김광현(SSG), 이용찬(NC)과 함께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동안 일본 도쿄 현지에서 음주를 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6월 1일 창원 NC전에 앞서 대회 기간 음주 사실을 인정하고, 취재진 앞에서 사과문을 읽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철원은 안산공고 선배이자 국가대표 에이스인 김광현을 따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5회말 2사 1루에서 한국 정철원이 마운드에 올라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정철원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고 야구팬들과 모든 분들께 너무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WBC 대회 중인 3월 10일 일본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말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다.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라고 사과했다.
당초 두산 구단은 정철원의 1군 말소 없이 KBO 조사를 기다릴 계획이었지만 사과 이튿날 엔트리 변동을 단행했다. 수원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지금 경기에 나가는 것보다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아무 것도 나온 게 없지만 구단과 상의 끝 지금은 자숙을 할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계획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 / OSEN DB
사령탑은 말소 결정을 내린 뒤 선수를 향해 직접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감독은 “정철원을 만나 구단과 이야기했으니 (자숙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밖에 다른 이야기는 안 했다”라고 전했다. 
최근 김유성, 이영하의 학교폭력 이슈가 해결되며 한숨을 돌린 이 감독은 필승조 핵심 요원의 음주 파문이라는 또 다른 시련을 맞이했다. 이 감독은 “저만 힘들까요”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힘들 것이다. 안 그래도 선수들이 많이 없는데 정철원까지 빠졌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 팀 선수가 그렇게 됐으니 당연히 지도자로서 죄송하다. 어떻게 보면 학생이고 선생님이라 당연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이겨내리라 믿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신인상을 수상한 두산 정철원이 이승엽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2.12.08 / dreamer@osen.co.kr
2018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한 정철원은 현역 군 복무를 거쳐 작년 1군에 데뷔해 58경기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KBO 데뷔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우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2023 WBC 대표팀에 선발되는 영예를 안았다. 연봉 또한 기존 3000만 원에서 7000만 원(233.3%) 인상된 1억 원에 계약했다.
프로 데뷔 후 거칠 것이 없었다. 늘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타자를 압도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이강철호의 ‘애니콜’로 활약했다. 여기에 올 시즌 또한 2년차 징크스 없이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키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돌이킬 수 없는 한 번의 실수로 자숙의 시간을 갖게 됐다.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그랬으니 비난 여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있다. 자숙 기간을 갖게 된 정철원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정철원 또한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그에 걸맞은 행동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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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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