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승 대투수에게 최악의 하루를 안겼다. 올 시즌 좌투수 선발 등판 경기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의 침묵을 단 경기 만에 씻어냈다.
롯데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장단 19안타를 몰아치면서 14-2로 대승을 거뒀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날 대승 뿐만 아니라 좌완 선발 경기에서 시원한 타격을 선보였다는 것이 더 고무적이었다.
올해 롯데는 좌완 선발을 상대한 9경기에서 1승8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에이스급 투수든, 신예급 선수든 롯데 타선은 좌완 선발 투수만 나오면 맥을 못 췄다. 이날 경기 전까지 좌완 선발 투수 상대로 타율 1할8푼7리에 그치고 있었다.
1승도 지난 4월21일 창원 NC전 구창모 선발 때 거뒀는데 정작 구창모에게는 6이닝 동안 4개의 안타만 치면서 무득점으로 틀어막혔다. 연장 끝에 3-2로 승리를 거뒀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의 상대는 KBO리그 대표 좌완 선발 양현종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29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27일 LG전 6⅔이닝 3실점으로 리그 통산 162승을 따냈다. 정민철 전 한화 단장의 통산 161승을 제치고 최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롯데는 이 좌완 선발 징크스를 깨뜨려야 한다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경기 전 미팅에서 양현종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고 이를 실행하는데 집중했다. 양현종은 우타자 상대로 직구 55.9% 체인지업 38.3%를 던진다. 우타자들은 직구와 체인지업만 생각했다. 슬라이더와 커브 등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좌타자 상대로는 직구 49.2% 슬라이더 45.2%를 던지는데 좌타자들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생각하고 체인지업은 아예 버렸다. 던지는 빈도 자체가 적은 공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물론 양현종이라는 투수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대비를 한다고 해도 공략하는 것은 어렵다. 162승의 커리어가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롯데는 양현종에게 불리한 카운트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3구 이내에 배트를 내고 승부를 보려고 했다. 제구력도 좋은 투수이기에 이 전략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롯데의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1회 1번 황성빈이 초구 139km 직구에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2번 윤동희도 초구 양현종의 패스트볼에 배트를 냈고 파울이 됐다. 이후 체인지업 볼 3개를 골라낸 뒤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6구 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무사 1,3루. 그리고 전준우도 초구 142km 직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도 안치홍은 직구와 체인지업에 모두 배트를 냈다. 직구 2개에 파울을 내면서 2S에 몰린 뒤 3구 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받아쳐 1루수 맞고 외야로 향하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행운이 따랐지만 전략은 적중한 셈이었다.
이후 정훈의 희생번트와 한동희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는 김민석이 2구 째 143km 직구에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뒤이어 등장한 이학주 역시 초구 슬라이더에 파울, 2구 직구에 파울을 쳤다. 3구를 골라냈고 4구 째 120km 커브를 공략해 우월 그랜드슬램을 만들었다. 직구 슬라이더만 생각하다가 배트가 다소 빨리 나오며 타격폼이 다소 무너지는 듯 했지만 타이밍을 잘 맞춰서 홈런을 이끌어냈다. 롯데의 7득점 메가 이닝이 만들어졌다. 양현종을 빠르게 공략하면서 투구수는 24개에 불과했다.
2회에도 전준우의 2루타(2구 134km 직구), 정훈의 적시 2루타(초구 139km 직구), 한동희의 중전 적시타(2구 128km 슬라이더)도 모두 빠른 공략이 적중한 결과였다. 리그 최고 좌완 선발을 상대로 무려 9안타(1피홈런)을 집중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은 승장 코멘트를 통해서 “구상했던 여러 부분들이 나올 필요가 있었던 시기였는데 실제로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나와 만족스럽다”라며 “특히 경기 전 소화한 훈련 내용들이 경기에서 바라던 쪽으로 나와줘 더욱 고무적이다”라면서 전략의 승리를 언급했다.
서튼 감독 역시도 좌완 선발 상대 전적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날은 반드시 좌완 선발 공포증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러한 상대전적이 장기화된다면 상대의 노골적인 표적 등판도 이어질 것이고 부담 때문에 징크스 극복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된 듯 했다. 경기 전에도 박흥식 수석코치츨 비롯한 좌완 배팅볼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롯데 타자들을 도왔다.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을 상대로 열세와 징크스를 극복했다. 그리고 오는 4일, 좌완 선발 극복의 마지막 단계와 마주할 전망이다. 4일 선발 투수는 이의리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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