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노렸던, 한때의 천재 유격수는 현재 타율 1할대의 백업 유격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얼마 찾아오지 않는 기회에서 만루포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직의 교주님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이학주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상대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데뷔 첫 만루포를 쏘아 올리는 등 활약하면서 팀의 14-2 대승을 이끌었다.
올해 9번째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FA 노진혁의 합류로 이제는 단순히 유격수가 아니라 2루, 3루를 오가는 전천후 백업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학주. 얼마 되지 않는 선발 출장 경기에서도 중후반이 되면 대타로 교체되곤 했다. 올해 성적은 32경기 타율 1할9푼2리(26타수 5안타) 1타점 4득점 OPS .414에 불과했다. 얼마 되지 않는 수비 이닝이었지만 실책도 2개를 범했다.
이학주 대신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박승욱은 올해 주전급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더욱 비교가 되고 있는 상황. 롯데가 상위권을 유지하려는 상황이라면 이학주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수도 있었다.
매 경기 꾸준하게,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훈련을 하면서 때를 기다리던 이학주였다. 그리고 이날 준비했던 그 모습을 선보였다. 이미 3-0으로 앞서가던 1회 1사 만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이미 앞서 점수를 꽤 뽑아준 상황이었기에 이학주로서도 부담이 없었다. 이는 스윙으로 나타났다. 1볼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162승의 대투수 양현종의 120km 커브를 걷어올려 우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1회 7득점의 메가 이닝을 만드는는 결정적인 만루포였다.
2009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한 뒤 탬파베이 레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너리그 무대를 거쳐서 2019년 삼성에 입단한 이학주. 이후 워크에씩 논란으로 전력 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2022시즌 롯데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큰 탈 없이 묵묵하게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이학주에게 데뷔 첫 그랜드슬램이라는 결실이 찾아왔다. 이학주는 5회초 1사 1,2루에서 땅볼을 처리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기도 했지만 이미 점수 차는 크게 벌어진 이후였다. 그리고 6회 2사 2루에서 2루수 굴절 내야안타를 때려내면서 멀티히트 경기까지 완성했다.
이학주의 맹활약과 함께 중독성 있는 응원가가 사직구장에 울려퍼졌다. 사직의 교주님이 이렇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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