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지 말고 회식했다면...
지난 3월 열린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중이 대표팀 선수들이 유흥업소를 찾아 밤 늦게까지 음주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매체의 보도와 함께 KBO는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김광현, 이용찬, 정철원 등 3명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모두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광현은 오사카 연습경기를 마치고 도쿄로 이동한 7일 밤에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한국 스낵바를 찾았다. 이어 10일 일본전을 마치고 고교후배 정철원과 함께 동일한 업소를 찾았다. 이용찬은 지인과 함께 해당 업소를 들렸다 김광현 정철원 일행을 만났다. 대부분 새벽 2시에서 2시30분 사이에 업소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해당업소가 여성이 접대하는 곳이 아니며 김밥, 떡볶이, 수제비를 먹었다고 경위서에 진술했다. 매체가 최초 보도한 시점도 호주전(9일)과 일본전(10일) 전날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해명에 따라 의혹을 받았던 부분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가려질 부분이다. 다만 대참사의 그 날, 새벽까지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광현은 "생각이 짧았다"며 머리를 숙였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분간 1군과 동행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대표팀 마운드 맏형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국가대표로 많은 기여를 했던 김광현의 일탈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재소환하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사진이 있었다. 일본대표선수들의 회식 장면들이었다. 첫번째는 미야자키 캠프에서 맏형 다르빗슈 류가 제안을 했고 투수들이 함께 모여 회식을 하는 사진이었다.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어린 투수가 긴장하고 분위기에 물려 기를 못펴자 편하게 만들어주자는 목적으로 모였다.
두 번째도 다르빗슈과 야수들을 소집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오사카 연습경기때는 뒤늦게 합류한 이도류 스타 오타니 쇼헤이까지 참가하는 전체 회식도 열었다. 다르빗슈와 오타니가 회식비를 분담했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회식을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술도 곁들였다. 포도주와 생맥주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다르빗슈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체감을 읽을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선수들 자체 회식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당시 김광현은 훈련도중 일본대표팀의 회식소식이 전해지자 푸념했다.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내야 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회 전에 하게 되면 말이 나올 수 있다. 늘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게 일상이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팀의 경직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WBC는 계속 1라운드에 탈락했으니 성적을 반드시 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대표팀 리더는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 야수 주장 김현수와 양의지 정도로 분류가 된다. 리더들은 회식을 포함해 단합을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듯 했다.
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선수 내부의 리더십이 아쉬운 대목이다. 눈치보느라 회식을 못한 김광현은 두 번이나 술집을 찾았다. 대부분 선수들은 일본에게 참패했던 날 바깥 출입을 자제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 선수는 그 날, 밤안개를 뚫고 아카사카를 찾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눈치보지 말고 회식이라도 했을 일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