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국인 타자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것이니까…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 1루수 김인환(29)은 지난달 31일 대전 키움전에서 8회 좌익수 수비를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김인환이 외야 수비를 나간 것은 1~2군 통틀어 처음이었다. 비공식 연습경기에서 몇 차례 본 것이 전부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금 새 외국인 타자를 물색하고 있는데 외야수가 될 수도 있고, 1루수가 될 수도 있다. 빨리 올 수 있는 선수 중 타격이 괜찮은 선수를 데려오려고 한다. 외야수가 오면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만 1루수가 오면 김인환의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 외국인 타자가) 결정이 되기 전까지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고 김인환의 좌익수 기용 배경을 밝혔다.
극심한 타격 부진 끝에 방출된 외야수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 선수로 한화는 수비 포지션보다 타격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 1루수가 오면 김인환의 자리가 애매해진다. 현재도 채은성과 1루수, 지명타자를 나눠 맡고 있는데 새 외국인 타자가 1루수라면 3명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채은성이 우익수로도 나설 수 있지만 풀타임은 무리다. 김인환이 좌익수를 겸업하면 전체적인 활용 폭이 넓어진다.
주 포지션이 1루수로 한화 입단 후 3루수로도 테스트를 받았던 김인환은 지난 2021년 말 퓨처스 팀에서 외야수로 연습한 경험이 있다. 당시 퓨처스팀 사령탑이었던 최원호 감독이 “1루만 하는 것보다 다른 포지션도 하면 조금 더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며 외야 겸업을 제안했다. 당시에만 해도 김인환은 육성선수 신분으로 1군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던 때였다.
그 당시 외야 수비 경험을 살려 시즌 중 과감하게 도전에 나서고 있다. 김인환은 “며칠 전부터 감독님께서 외야 수비 연습도 해보자고 하셔서 준비하고 있었다. 어제(31일) 같은 경우 점수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 나갔는데 새롭게 느껴졌다”면서 “(새 외국인 타자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니까 (외야도) 나간다는 생각으로 연습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중 멀티 포지션을 시도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지만 그렇다고 한화 팀 타선 구성상 김인환을 벤치에 앉혀둘 순 없다. 지난해 팀 내 최다 16홈런을 터뜨리며 신인상 투표 2위에 올랐던 김인환은 올해 2군에 한 번 다녀오며 38경기 타율 2할4푼3리(115타수 28안타) 3홈런 13타점 OPS .667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5월 1군 복귀 이후 22경기 타율 2할6푼3리(76타수 20안타) 2홈런 12타점 OPS .721로 회복하며 4~5번 중심 타순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일 대전 키움전에선 시즌 3호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오랜만에 홈런 손맛을 봐서 좋다. 요즘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빠른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다”며 “최근 며칠간 경기 후 특타를 자청해서 했다. 감이 나쁜 건 아닌데 경기할 때 뭔가 조금 아쉬웠다. 좋은 느낌을 찾고 싶어 특타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25일 대전 KIA전에선 이의리의 강속구에 헤드샷 사구를 당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큰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 주부터는 검투사 헬멧을 쓰고 있다. 그는 “후유증 같은 게 없어 다행이지만 한 번 맞아보니 보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투사 헬멧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투사 헬멧을 쓰고 첫 홈런과 함께 개인 최다 4타점 경기로 시원하게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