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의 LG 스프링캠프. 훈련 첫 날 신인 투수 박명근(19)은 정우영(24)과 캐치볼을 실시했다. 신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캠프에 참가한 박명근은 사이드암 투수다. 같은 사이드암으로 닮은꼴인 정우영과 캐치볼을 하면서 정우영을 닮고 싶다고 했다.
박명근은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두 달 동안 데뷔 첫 해 신인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박명근은 정우영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BO가 1일 발표한 2023 KBO 올스타 ‘베스트12’ 후보에 박명근은 중간 투수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염경엽 감독의 추천으로 신인이 팀내 선배들을 제치고 올스타 베스트 후보가 됐다.
염 감독은 1일 잠실구장에서 박명근의 올스타 후보 선정에 대해 설명했다. 염 감독은 먼저 "베스트로 안 뽑히더라도 지금 성적을 유지한다면 초청 선수로 갈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우영에게 미안하다. 잘 하든 못 하든 우영이와 (고)우석이를 (중간 투수, 마무리 투수) 후보로 넣는 것이 맞다. 명근이가 올스타전 경험을 한다면 성장 속도가 훨씬 클 것이라 생각한다. 우영이는 많은 경험을 했기에 명근이에게 그런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우영이를 빼고 명근이를 후보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지난해 홀드왕, 고우석은 지난해 세이브왕이다.
편애는 아니다. 납득이 될 만한 상황이다. 염 감독은 "우영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명근이가 내고 있어 가능하다. 선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는 명분이 없다. 우영이가 이해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명근이를 넣었다"고 덧붙였다.
박명근의 올 시즌 23경기에서 1승 4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중이다. 신인이 곧장 필승조 임무를 맡았고,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마무리까지 수행하고 있다. 5세이브는 팀내 최다 기록이다. 정우영은 25경기에서 4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15을 기록 중이다. 4월에 기복이 있고 부진했는데, 5월에 점차 안정됐다.
박명근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정우영이 걸어온 길이다. 2019년 정우영은 고졸 신인 투수로는 최초 ‘베스트 12’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역대 고졸 신인 중 베스트로 선정됐던 선수는 2009년 KIA 안치홍, 2016년 넥센 이정후가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야수였다. 정우영은 고졸 신인 투수 최초이자 통산 3번째 신인 올스타 베스트 기록을 세웠다.
박명근이 올스타 베스트로 뽑힌다면, 정우영에 이어서 신인으로는 4번째 기록이 된다.
박명근은 나눔 올스타 팬투표에서 키움 임창민, KIA 최지민, NC 김진호, 한화 강재민과 경쟁을 하게 된다. 팬덤이 두터운 KIA의 최지민이 최고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스타 베스트 팬 투표는 5일부터 6월 25일까지 21일간 진행된다. KBO리그 타이틀스폰서인 신한은행에서 운영하는 신한SOL(쏠)앱 그리고 KBO 홈페이지와 KBO 공식 앱을 통해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팬 투표의 70%와 KBO리그 선수단이 직접 참가하는 선수단 투표 30%의 비율을 합산하여 최종 베스트12를 선정한다. 과연 박명근이 정우영처럼 고졸 신인 투수로 올스타 베스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