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 없는데 고의4구가 나왔다. 이게 ‘청정 홈런왕’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의 위엄이다.
저지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치러진 2023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안타 없이 물러났지만 볼넷 1개가 저지의 위엄을 보여줬다.
시애틀 우완 선발 조지 커비를 맞아 저지는 1회 1루 땅볼, 4회 헛스윙 삼진, 7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걸어나갔다.
시애틀 마무리투수 폴 시월드는 0-0으로 맞선 9회 올라와 그렉 알렌을 헛스윙 삼진, 글레이버 토레스를 3루 땅볼 처리하며 투아웃을 잘 잡았다. 이어 저지 상대로 투구 동작에 들어갔지만 시애틀 벤치에서 자동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 시애틀 홈 관중들 사이에서도 야유가 흘러나왔다.
0-0 동점 상황이었고, 홈런 한 방이면 경기가 넘어갈 상황이었다. 이날 3타석은 무안타였지만 저지는 5월 한 달간 20경기 타율 3할5푼6리(73타수 26안타) 12홈런 25타점 OPS 1.402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최근 3경기에서만 홈런 4개를 휘몰아쳤다.
특히 시애틀은 앞서 2경기에서 저지에게 홈런 3개를 맞았다. 저지의 감이 얼마나 좋은지 두 눈으로 목격한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주자가 없더라도 동점 상황에서 저지와 승부하는 모험을 걸지 않았다.
시월드는 저지의 고의4구로 이어진 2사 1루에서 다음 타자 콜 칼훈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고의4구 작전이 통하면서 9회를 넘긴 시애틀은 연장 10회 칼 랄리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양키스 3연전 스윕패를 모면했다. 2연패를 끊은 시애틀은 시즌 29승27패를 마크했다. 4연승이 끝난 양키스는 34승24패.
한편 저지는 이날까지 47경기 타율 2할9푼8리(168타수 50안타) 18홈런 39타점 34볼넷 60삼진 출루율.410 장타율 .679 OPS 1.089를 마크했다. 아메리칸리그(AL) 홈런·장타율·OPS 1위, 출루율 2위에 오르며 2년 연속 MVP를 향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