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유격수 공약을 지키는 것일까?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8)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공약하나를 내놓았다. 타격을 잘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었다. 더 나아가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밝히기도 했다.
당시 "작년보다 더 나은 수치를 올리고 싶다. 나는 좋은 타자가 아니다. 리그 평균 OPS가 미치지 못한다. 이걸 올려야 한다. 근육량과 파워를 길렀다. 몸무게도 늘렸다. 보다 강한 타구를 날려야 안타 확률이 높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박찬호는 작년 나쁘지 않은 타격성적을 거두었다. 2루타 22개, 4홈런 포함 130안타를 터트리며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했다.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53면 가운데 32위였다. OPS는 0.685(46위)를 기록했다. 장타율 3할4푼1리, 출루율 3할4푼2리였다. 장타와 출루율을 높여 OPS를 높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4월은 폭망했다. 타격지표를 내밀기도 창피한 수준이었다. 타율 1할8푼1리, OPS 0.415에 불과했다. 출루율 1할8푼1리, 장타율 2할3푼4리였다. 규정타석 62명 가운데 62등, 모조리 꼴찌였다. 공약이 거짓말처럼 공약이 되는 듯 했다. 김종국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손목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는 등 훈련량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여기서 또 한 번의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5월 지표가 상전벽해의 수준으로 급등했다. 타율 3할8푼1리로 월간 타율 2위에 랭크됐다. LG 홍창기(.384)에 근소한 차로 뒤졌다. 더욱이 출루율 4할2푼9리(6위), 장타율 4할4푼(12위)를 기록해 OPS 0.869로 1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거짓말처럼 리그 최강급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실제로 강하고 멀리나가는 타구가 자주 나오고 있다. 4월에는 장타가 없었으나 2루타 3개와 홈런도 터트렸다. 1번, 2번, 9번이든 어느 타순에 기용해도 화끈한 타격으로 응답했다. 타선의 짜임새가 강해진 것도 박찬호의 활화산 타격 덕택이었다. 김감독은 5월을 평가하면서 박찬호를 가장 잘했던 타자로 꼽았다.
5월의 활화산 타격으로 시즌 타율도 2할8푼8리까지 끌어올렸다. 아직은 3할 타율이 안된데다 가야할 길이 멀다. 6월에도 박찬호의 상승세가 이어져야 팀도 살 수 있다. 박찬호의 출루가 많으면 많을수록 팀 득점력은 높아진다. 도루로 득점권에 스스로 진출하거나 원히트 투베이스 능력도 뛰어나다. 이런식으로 꾸준히 공격형 유격수로 팀에 기여한다면 최종 타킷인 골든글러브도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