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밖에 모르고 자비로 미국 개인 훈련을 자처하며 노력했다. 그런데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NC 다이노스 송명기(23)의 부침과 정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제는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로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NC는 최근 선발진을 재편했다. 테일러 와이드너가 허리 부상에서 돌아오고 구창모까지 복귀한다. 여기에 2군에서 준비를 하던 이재학이 선발진에 안착했고 대체선발 역할을 했던 이용준이 레귤러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페디-구창모-이재학-와이드너-이용준이 현재 로테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강인권 감독이 당초 구상했던 선발진과는 차이는 있다. 에릭 페디와 와이드너, 구창모 송명기 신민혁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와이드너의 부상이 장기화됐고 송명기와 신민혁은 초반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신민혁은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추후를 대비한다.
그리고 송명기는 불펜으로 전환을 시켰다. 김진호의 어깨 부상 공백을 채우기 위함도 있었다. 강인권 감독은 “김진호가 빠져 있어서 중간을 강화하기 위해 송명기는 불펜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라면서 “선발로 투구수가 50개가 넘어가면 구속이 저하되는 모습이 있다. 또 선발로 경기에 들어가서 밸런스가 안좋으면 구속이 확 떨어지는 등 편차가 있었다”라며 “불펜으로 활용을 하면서 100%의 힘으로 1~2이닝 정도 짧게 던지는 모습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히면서 송명기의 불펜 전환을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29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이제 송명기는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였다. 그리고 31일 창원 두산전 불펜 투수로 선을 보였다. 1-2로 뒤진 7회에 올라왔고 송명기는 선두타자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양석환을 삼진,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깔끔한 이닝을 만들었다. 양의지에게 최고 148km의 패스트볼을 꽂아넣으면서 힘으로 압도했다.
하지만 8회 두 번째 이닝에서 송명기는 아쉬움을 남겼다. 선두타자 박계범에게 2볼2스트라이크에서 131km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좌월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이날 경기의 결승포였다. 이후 장승현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이유찬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결국 8회는 모두 책임지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3으로 팀이 패하면서 송명기는 패전의 멍에를 안게 됐다.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PTS)에 의하면 올해 선발 송명기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1.2km였다. 그러나 이날 불펜 첫 등판에서 송명기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5km였다. 3km가 넘게 구속이 올랐다. 짧은 이닝 동안 전력투구를 펼치면서 감각이 살아나기를 바랐던 강인권 감독의 의도가 통했다. 하지만 결국 실투를 억제하지는 못하면서 불펜 전환 첫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2020년 통합 우승 당시 2년차였던 송명기는 최고의 복덩이였다. 후반기 선발로 안착해 6연승을 달리는 등 9승을 거뒀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패기로 2000년대생 최초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되는 등 1승1홀드로 맹활약했다. 송명기 없이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 9승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던 시즌이 커리어 하이가 됐다. 이후 꾸준히 선발진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부상이나 부진으로 제대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했다. 성장이 정체됐다.
야구만 생각하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 앞서서 홀로 미국 개인 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더 성장하려는 발버둥이었다. 그러나 송명기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불펜 전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과연 송명기에게 불펜투수로 나서는 경험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