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키움은 2023년을 대권 도전의 해로 삼았다. 이정후가 내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11년 만에 외부 FA로 투수 원종현, 외야수 이형종을 영입했다. 외국인 투수도 신규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아리엘 후라도를 데려온 키움은 시즌 개막 후 베테랑 타자 이원석을 트레이드로 추가하며 윈나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5월까지 키움은 21승29패(승률 .420)에 그치며 8위로 처져있다. 공동 5위 KIA, NC에 4경기 차이로 뒤지며 고전을 거듭 중이다. 시즌 개막 두 달이 지난 시점까지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을 지난 3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부상이 아닌 휴식 차원의 엔트리 말소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고 원래 계획에 있었던 것이다. 선수 요청은 아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시점에 휴식을 줬다. 계획보다 (로테이션) 두 바퀴 정도 늦었지만 어제까지 던진 뒤 결정했다. 회복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면서 열흘 뒤 돌아올 것이다”고 밝혔다.
팀 사정이 다급한 키움이지만 에이스 보호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켰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엔트리 말소 시점이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6월1일 1군 엔트리 말소 시점까지 안우진은 11경기에서 총 70이닝을 던진 상태였다. 올해는 5월31일자로 엔트리 말소됐는데 11경기에서 리그 최다 67⅓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다른 점은 승운이다. 지난해 휴식 전까지 안우진은 7승3패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5위로 다승 단독 1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평균자책점 1.87로 이 부문 2위이지만 3승4패로 승보다 패가 더 많다.
키움 타선이 유독 안우진이 등판한 날 터지지 않았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81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29명 중 27위에 그치고 있다. 무득점 2경기, 1득점 3경기, 2득점 1경기로 6경기나 2득점 이하 지원을 받으면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불펜이 날린 승리도 두 번. 세이버메트릭스에선 투수의 승리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지만 여전히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승리를 가장 빛나는 훈장으로 여긴다.
급한 팀 사정에도 안우진에게 휴식을 준 홍원기 감독도 그 점이 더 신경쓰인다. 홍 감독은 “공을 많이 던진 것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승리를 많이 쌓고 이겼으면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텐데…”라며 “체력적인 것보다 심적으로 소모가 많았을 것이다”고 걱정했다.
안우진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게 됨에 따라 키움은 4일 문학 SSG전에 대체 선발을 써야 한다. 홍 감독은 대체 선발에 대해 “토요일(3일) 말씀드리겠다”며 조금 더 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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