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KBO리그에서 방출되거나 재계약 실패로 떠난 외국인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서 깜짝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9~2021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3년을 뛴 투수 벤 라이블리(31·신시내티 레즈)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선발등판, 5⅔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보스턴 강타선을 맞아 포심 패스트볼(31개), 슬라이더(21개), 싱커(13개), 커터(9개), 체인지업(8개), 커브(5개) 등 6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으며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신시내티의 9-8 승리와 함께 라이블리는 시즌 3승(2패)째를 올리며 평균자책점을 2.65에서 1.99로 낮췄다. 일시적인 활약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빅리그 콜업 이후 첫 등판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거둔 뒤 20일 뉴욕 양키스전(5⅔이닝 2실점), 2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6이닝 2실점)에 이어 이날까지 3경기 연속 선발로 호투했다. 22⅔이닝 동안 삼진 24개를 잡으며 볼넷은 5개밖에 주지 않았다.
지난 2019년 8월 대체 선수로 삼성에 온 라이블리는 2021년 6월 어깨 통증이 겹쳐 방출되기 전까지 3시즌 통산 36경기(202⅓이닝) 10승12패 평균자책점 4.14 탈삼진 191개를 기록했다.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부상 탓에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고, 기록상으로도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시내티와 마이너 계약 후 트리플A에서 선발로 풀시즌을 보내며 건강을 알렸고, 올해 빅리그 콜업 후 깜짝 활약으로 KBO리그 출신 성공작으로 떠올랐다.
라이블리가 3승째를 올린 날, 또 다른 KBO리그 출신 선수가 빛났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33·시카고 컵스)은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3출루 활약을 했다. 특히 1-1 동점으로 맞선 6회 2사 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터크먼은 그 전날(30일) 탬파베이전에도 4회 1사 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경기 연속 결승타로 컵스의 연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144경기 타율 2할8푼9리 166안타 12홈런 43타점 19도루 OPS .795를 기록한 터크먼은 수비와 주루에서 기여도가 높은 선수였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로서 장타력이 부족했고, 거포를 원한 한화와 재계약이 불발돼 미국으로 돌아갔다.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지난달 20일 빅리그에 콜업된 터크먼은 이날까지 11경기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 3타점 OPS .839로 기대이상 성적을 내고 있다. 코디 벨린저가 무릎 부상에서 돌아와도 터크먼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KBO 역수출로 불리는 메릴 켈리(애리조나),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처럼 한국에서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낸 선수들도 있지만 방출 또는 재계약 불발로 떠난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깜짝 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뛰었으나 재계약 불발로 미국에 간 다린 러프(밀워키),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는 30대 늦은 나이에 마이너 계약으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 지난 2019년 NC 다이노스에서 시즌 중 기량 미달로 방출된 크리스티안 베탄코트(32)도 2년간 마이너리그를 거쳐 지난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빅리그 복귀 기회를 잡았고, 올해는 리그 최고 승률팀(39승18패 .684) 탬파베이 레이스의 주전급 포수로 뛰고 있다. 37경기 타율 2할5푼6리(117타수 30안타) 7홈런 16타점 OPS .79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