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 두바퀴 돌면 맞았는데...".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임기영이 슬기로운 중간투수 생활을 개척하고 있다. 임기영의 보직은 불펜투수 가운데 롱맨이다. 선발투수들의 뒤에 대기해 멀티이닝을 소화한다. 최대 4이닝을 소화하며 다른 불펜투수들의 소모를 막아준다. KIA에 없어서는 안되는 불펜요원이다. 김종국 감독은 "소금같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30일 KT 위즈와의 광주경기에서도 선발 이의리가 5이닝만에 내려가자 바통을 이었다. 아웃카운트 5개를 완벽하게 삭제하고 6-1 승리의 중간다리를 놓았다. KT 타선은 임기영의 벽에 막혀 추격의 힘을 잃었다. KIA는 박준표와 김유신을 내세워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17경기에 출전해 31이닝을 소화하며 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 중이다. 현재 KIA 투수 가운데 불펜투수 가운데 최고의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율이 0.94에 불과하다. 피안타율도 2할6리이다. 좌타자 피안타율도 2할3푼4리, 우타자는 1할8푼3리로 짠물이다.
임기영은 2017년부터 주로 선발투수로 커리어를 쌓았다. 작년까지 143경기 가운데 122경기가 선발이었다. 나머지 21경기는 중간투수로 나섰다. 올시즌을 앞두고 선발커리어에 변화가 생겼다. 19살 루키 윤영철에게 선발자리를 내주고 불펜요원으로 변신했다. 불편할 수 있지만 중간투수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발투수라면 경기 준비가 편한다. 등판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러나 불펜투수는 다르다. 언제 등판할지 모른다. 급하게 몸을 풀고 출동하는 경기도 있다.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기영은 "중간투수는 자주 나간다.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좋은 밸런스, 좋은 경기력이 나오다보니 그런 욕심이 생긴다"며 웃었다.
특히 중간투수의 매력도 느끼고 있다. 훨씬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는 것이었다. "선발투수로 나설때는 타순이 두 바퀴 돌면 이후 많이 맞았다. 지금은 타순이 돌기전에 교체된다. 그런 것들이 많아지니 더 공격적으로 들어간다. 포수들의 리드도 워낙 좋다. 공격적으로 해준다. 전력분석팀과 코치님들도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며 웃었다.
롱맨 답게 이닝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중간은 언제 나갈지 몰라 처음에는 힘들더라. 그래서 컨디션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많은 경기 나가는게 목표이다. 중간이지만 이닝을 많이 던지고 싶다. 시즌 전 목표 잡지 않지만 중간투수라며 홀드 포인트 10개 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IA는 마무리 정해영이 구위회복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갔고 집단 마무리 체제로 운용한다. 임기영도 9회 출동할 수 있다. 이미 4월30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경험을 했다. 정해영이 볼넷과 안타를 내주자 대신 구원에 나서 가볍게 아웃카운트 3개를 걷어냈다. "마무리 부담은 없었다"며 웃었다. 동시에 "우리팀의 마무리는 해영이가 해야한다. 잘 정비해서 올라오면 괜찮을 것 같다"며 응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