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서 한화로 온 이적생 파이어볼러 한승혁(30)이 2군에 내려간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시즌 개막 후 10경기(10이닝) 1패1홀드 평균자책점 7.20으로 고전 끝에 지난달 2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1군의 부름은 없다. 2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한승혁은 10경기(11이닝) 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호투 중이다. 지난 26일 LG전에서 첫 실점을 하기 전까지 9경기 10이닝 무실점 제로 행진이었다. 삼진 16개를 잡으며 볼넷은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1군 불펜에 빈자리가 나지 않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30일 대전 키움전을 앞두고 한승혁에 대해 “2군에서 괜찮은데 1군 불펜이 다들 너무 잘해서 기회를 줄 타이밍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 시즌 구원 평균자책점 3위(3.47)로 불펜 경쟁력이 있다.
박상원(1승2세이브 2.40)이 마무리로 자리잡은 가운데 정우람(5홀드 2.25), 이태양(2홀드 1.75), 강재민(1승2패3홀드 3.47), 김범수(1승1패4홀드 3.38), 윤대경(2승1홀드 1.27), 한승주(1패2홀드 3.38), 김기중(2.37), 김서현(1세이브 3.60) 등 9명의 구원투수들이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불펜에서 누구 하나 빼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화는 한승혁의 활용법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주가 끝나고 구단이랑 투수코치들과 한승혁에 대해 상의했는데 투구수를 늘려 선발 쪽으로 준비시키기로 했다. 최근 선발 김민우, 문동주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며 예비 선발 자원으로 한승혁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퓨처스리그에서 최근 9경기 모두 1이닝씩 던졌는데 이제는 투구수를 늘려 선발의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한승혁은 KIA 시절 선발로 통산 46경기를 등판한 경험이 있다. 성적은 10승12패 평균자책점 5.86. 김민우나 문동주가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 한승혁이 대체 선발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김민우와 문동주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면 한승혁의 1군 선발 기회는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한승혁 보직은 유동적으로 바뀐다. 지난해 11월 KIA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올 때부터 한화는 선발과 구원, 양쪽 모두 활용 가능한 스윙맨 전력으로 한승혁을 계산했다.
최 감독은 “불펜으로만 던지면 불펜밖에 안 되지만 선발을 하다 불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불펜이 필요하면 한승혁을 1군에 올려 불펜으로 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불펜들이 워낙 잘 던지고 있지만 시즌은 길고,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한승혁은 당분간 2군에서 선발의 몸을 만들면서 구원까지 양쪽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1군 부름을 기다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