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라서,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했다.”
한화 내야수 김건(23)은 30일 대전 키움전을 앞두고 1군에 콜업됐다. 1군 등록과 함께 8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 10월6일 대전 두산전 이후 1년7개월2일(603일) 만의 1군 출장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김건에 대해 “퓨처스에서 타율 4할(.426) 이상 쳤다.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다는 보고가 왔고, 팀 타선에 활력소가 될 만한 이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올렸다”며 “퓨처스에서 타격 컨디션 좋은 선수는 올렸을 때 바로바로 써야 한다. 1군에 오자마자 수비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지명타자로 먼저 넣었다”고 밝혔다.
603일 만에 올라온 1군인데 상대 선발이 하필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 안우진(키움)이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1군 기회인데 상대 투수가 너무 셌다. 2회 첫 타석에서 안우진의 4구째 154km 직구에 얼어붙으며 루킹 삼진을 당했고, 4회에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배트가 헛돌면서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안우진이 내려간 뒤 김건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2-1로 앞선 6회 무사 1,2루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김동혁의 초구가 한가운데 들어오자 번트 동작에서 타격으로 전환, 중견수 앞 빠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주며 5득점 빅이닝에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7회에는 이명종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장식했다. 1군 9경기 통산 17타석에서 안타 3개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날 하루에만 2안타. 1군에서 첫 멀티히트로 팀의 7-1 승리에 일조했다.
경남고 출신으로 지난 2019년 2차 5라운드 전체 53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건은 첫 해 퓨처스 팀 주전 2루수로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20년 9월 퓨처스리그 경기 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1년간 재활했다. 이름도 김현민에서 김건으로 바꾸며 심기일전했고, 603일 만에 찾아온 1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렸다.
경기 후 김건은 “부상이 있어 (1군에 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뿌듯하다”며 “(안우진의 볼은) 2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볼이 아니지만 부담이 되진 않았다. 워낙 좋은 투수라서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감독님, 코치님, 형들 모두 편하게 하라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6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만든 안타가 팀에 승기를 가져온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김건은 “사인이 나와 작전대로 했다. 최원호 감독님이 2군에 있을 때부터 그런 연습을 많이 했다. 2군에 있을 때부터 작전 수행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항상 이런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감독님과는 2군에 있을 때부터 함께한 기간이 길다. 그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한화 퓨처스 사령탑을 맡아 최근까지 4년간 김건을 지켜본 최원호 감독은 “원래 유격수 출신인데 입단 후 2루수를 보다 최근 1~3루 코너를 주로 봤다. 퓨처스에선 올라운드로 수비 훈련을 했다. 수비 범위가 크게 넓진 않지만 송구 강도가 괜찮다. 1군에선 1~2루로 생각하고 있다”며 “타격에선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중거리 타자다. 주력도 이원석 정도는 아니지만 중상급은 된다”고 평가했다.
김건은 “1군에 자리잡기 위해선 어느 자리든 수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2군에서부터 내야 전 포지션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목표는 부상이 없는 것이다.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질 수 있다. 그동안 준비한대로 부상 없이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