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26일(한국시간) 경기다. 파드리스의 워싱턴 DC 출장길이다. 내셔널스와 3연전 마지막 날 벌어진 일이다. 맞다. 김하성이 자기 타구에 맞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 게임이다.
1회 말, 홈 팀의 첫 공격이다. 1번 타자는 레인 토머스다. SD의 선발 블레이크 스넬의 5구째는 몸쪽 높은 패스트볼(95마일)이었다. 여기에 타이밍이 맞았다. 100마일짜리 빨랫줄이 3루수 쪽으로 널렸다.
어썸 킴이 몸을 날린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워낙 빠르고 낮았다. 글러브 속에 들어갔던 공이 빠져나왔다. 그래도 타이밍은 충분하다. 날렵한 순발력으로 다시 잡아 1루로 쏜다. 모두들 아시지 않나. 그의 완벽한 저격 능력. 문 앞까지 안심+총알 배송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수신자가 부재중이다. 어쩌나, 착불인데. 1루수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손 놓고 우두커니 구경만 한다. 아마 3루수가 타구를 직접 잡은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오갈 데 없는 송구는 목적지를 통과해 덕아웃 앞까지 날아간다. 그사이 타자는 1루를 돌아 2루까지 진출했다. 실수는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 1사 후 조이 메네세스의 적시타 때 2루 주자가 홈을 밟는다. 냇츠의 선취 득점이다. (9회 오도어의 3점 홈런으로 파드리스가 역전승한 게임이다.)
이 플레이가 도마에 올랐다. 한 미디어의 보도다. USA투데이 산하의 온라인 매체 포더윈(FORTHEWIN)이라는 곳에서 다뤘다. 제목이 참 그렇다. ‘빈 1루에 송구한 김하성의 플레이, 파드리스의 부끄러운 시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내용은 상상하는 바 그대로다. ‘샌디에이고는 엄청난 투자를 했다. 오프 시즌 동안 몇 건의 큰 계약을 통해 주목받았다. NL 서부지구 타이틀을 놓고 다저스와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최하위 로키스와 순위 다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경기를 보면 그들이 왜 올해 고전하는지를 알 수 있다.’ 대략 이런 논조다.
틀린 말은 없다. 프로 레벨에서 나오면 안 될 실수다. 1차적인 책임은 던진 사람에게 있는 게 맞다. 받을 사람이 있는 지 확인하는 게 상식이다. 공식 기록은 안타 + 실책이다. 1루까지는 내야 안타, 2루로 간 것은 3루수의 송구 실책으로 판단했다. 그의 올 시즌 3번째 에러다. 2루수(260.2이닝), 유격수(36.1이닝), 3루수(112이닝)에서 각각 1개씩 범했다.
하지만 따져보고 싶다. 진짜는 누구 잘못인가. 빈 곳에 던진 3루수인가, 1루를 비워 둔 베이스의 주인인가.
일단 플레이를 구분해 보자.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잡힐 뻔했다. 그런데 떨어졌다. 다이빙했던 3루수는 공을 잡으며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았다. 송구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시다시피 1번 타자는 빠른 주자다. 숨 돌릴 틈 없이 쏴야 한다. 살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1루에 누군가 있으리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그랬다면 충분한 아웃이었다.
이 장면은 SNS에서도 제법 뜨거웠다. 댓글과 리트윗이 날아다녔다. 일부는 포더윈이라는 매체의 시각과 비슷하다. 팀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들이다. ‘저게 무슨 짓이야’ ‘딱 파드리스다운 플레이’ ‘그 좋은 선수들로 이 성적이라니, 에인절스하고 도긴개긴이군’ 등이다.
그러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책임 소재에 대한 성토다. ‘저게 왜 3루수 실책? 1루수 문제 아님?’ ‘완벽한 송구였는데’ ‘기록원이 제대로 본 것 맞아?’ ‘Crone(크로넨워스)에게 그렇게 큰 계약을 주는 게 아닌데’ ‘지금 우리는 크론 극장에 와 있습니다’ ‘(트레이드된 1루수) 에릭 호스머가 그립네’ 따위의 것들이다.
물론 댓글이 전부는 아니다. 답은 늘 현장에 있다. 이 경기를 중계한 WSH 브로드캐스트의 화면이다. 상황 종료 직후다. 홈 팀 캐스터와 해설자가 낄낄거린다. 카메라는 사건 관계자 3명을 차례로 줌인 한다. 3루수는 벤치를 본다. 1루수는 외야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결정적인 건 투수다. 직접 피해자 아닌가. 상황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인식한다. 블레이크 스넬은 터덜터덜 마운드로 간다. 이윽고 구심에게 공을 받는다. 그러면서 크로넨워스(1루수) 쪽을 한참 쳐다본다. 마치 눈빛으로 뭔가를 쏘는 것 같다.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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