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거포 1루수 황대인(27)에겐 잔인한 한 주가 되고 말았다.
황대인은 지난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날 KIA는 투수 숀 앤더슨, 정해영, 김대유, 내야수 윤도현과 함께 황대인까지 5명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1군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황대인의 시즌 첫 1군 엔트리 제외. 지난해 9월14일 광주 키움전에서 주자와 충돌로 우측 허벅지 근육이 미세하게 손상돼 열흘간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지만 부진을 이유로 2군에 간 것은 지난해 부임한 김종국 감독 체제에서 처음이다.
경기고 출신으로 지난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에 지명된 유망주였던 황대인은 2020년부터 1군에 두각을 드러냈고, 지난해 풀타임 주전 1루수로 도약했다. 시임 김종국 감독이 4번타자로 발탁해 전폭적으로 밀어줬고, 129경기 타율 2할5푼6리(476타수 122안타) 14홈런 91타점 OPS .716으로 성과를 냈다. 꾸준함이 부족했지만 91타점으로 중심타선에서 결정력을 보였다.
올해도 4~5번 중심 타순에 주로 기용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6경기 타율 2할1푼2리(118타수 25안타) 3홈런 18타점 OPS .583에 그쳤다. 5월 들어 15경기 타율 2할(45타수 9안타) 1홈런 5타점 OPS .501로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볼넷 2개를 얻는 동안 삼진만 무려 16개를 당했다.
심리적으로도 쫓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에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리카르도 산체스의 몸쪽 깊은 공에 루킹 삼진을 당한 뒤 판정 불만을 드러냈다. 배트를 타석에 내려놓은 채 덕아웃으로 들어간 황대인은 “배트를 가져가라”는 이영재 주심의 3차례 요청에 불응하다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튿날 김종국 감독은 “선수는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판은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는 항상 공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대인이가 항의하는 뜻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며 “잘 치고 싶은데 잘 안 되니 스스로 답답한 것 같다. 대인이뿐만 아니라 어느 선수든 다 같은 마음이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인데 거기서 뭐라 하면 선수가 더 위축된다”고 황대인을 감쌌다.
그러나 이후에도 반등은 없었다. 24일 한화전을 결장한 황대인은 25일 한화전에 3-4로 뒤진 9회 대타로 나왔지만 박상원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6일 광주 LG전을 결장한 뒤 27~28일 경기는 선발 복귀했지만 연이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2군행 통보를 받고 당분간 조정 기간을 거친다. 그동안 황대인을 믿고 지지해준 김종국 감독의 결단이라 할 만하다.
중심타자 나성범이 종아리 근육 손상으로 개막부터 장기 결장 중인 KIA에서 황대인의 부진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적생 변우혁이 32경기에서 영양가 만점 홈런 4개를 쳤지만 타율 1할8푼7리(91타수 17안타) OPS .583으로 전반적인 타격 생산력은 저조하다. 변우혁이 더 많은 기회 속에 성장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황대인이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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