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244홈런에 빛나는 거포 호세 아브레유(36·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잊지 못할 감격적인 홈런이었다.
아브레유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8회 그토록 기다린 홈런 한 방을 쏘아 올렸다.
휴스턴이 5-1로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브레유는 오클랜드 좌완 샘 롱의 3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오클랜드 좌익수 세스 브라운이 펜스 앞에서 팔을 뻗었지만 타구는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시즌 51경기 만에 터뜨린 마수걸이 홈런. 1루를 지나면서 홈런을 확인한 아브레유는 갑자기 전력 질주로 베이스를 돌았다. 홈을 밟고 1루 휴스턴 덕아웃 앞에서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다. 휴스턴 동료들도 크게 기뻐하며 아브레유를 축하해줬다.
아브레유의 시즌 1호 홈런으로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홈런 손맛을 본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0경기에서 타율 2할1푼4리 무홈런 18타점 OPS .519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아브레유에겐 오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아무리 부진해도 이렇게 홈런이 안 나올 줄 몰랐다. 쿠바 출신으로 201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한 아브레유는 지난해까지 9시즌 통산 홈런 243개를 기록한 거포였다. 30홈런 시즌만 3번으로 MVP, 신인상, 실버슬러거 3회를 수상한 검증된 강타자였다. 지난겨울 휴스턴과 3년 5850만 달러에 FA 계약하며 휴스턴으로 이적했지만 홈런 하나가 터지지 않았다. 부상 없이 팀의 51경기 중 1경기를 빼고 모두 선발출장한 결과라 더욱 실망스러웠다. 30대 중반으로 에이징 커브에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이날 홈런 한 방으로 긴 침묵을 깼다. MLB.com에 다르면 아브레유의 홈런 이후 홈까지 밟는 시간은 17.6초로 올 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빨랐다. 통산 도루 11개로 빠른 발과 거리가 먼 선수이지만 얼마나 기뻤으면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브레유는 “1루를 밟을 때 공이 넘어간 것을 보고 스위치가 켜졌다”며 순간적으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10연패 중 1-5로 뒤져있던 꼴찌팀 오클랜드에는 자극이 될 만한 행동이었다. 공교롭게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아브레유는 우완 개럿 액턴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에 왼팔을 맞았다. 심판이 경고를 줬고, 아브레유는 불편한 표정으로 액턴을 보며 1루로 걸어나갔다. 벤치 클리어링없이 경기는 휴스턴의 10-1 승리로 끝났고, 11연패에 빠진 오클랜드는 10승45패로 승률이 1할8푼2리까지 떨어졌다.
경기 후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아브레유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 스스로 기뻐했을 뿐이고, 팀도 같이 기뻐한 것이다”고 말했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도 아브레유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며 “그의 커리어와 업적에 최고의 존경을 표한다. 무홈런 기간 많은 좌절감을 느꼈을 텐데 그만큼 흥분이 됐을 것이다”고 이해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