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은 삼성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다. 박진만 감독은 백정현이 마운드에 오르면 편안한 느낌으로 지켜본다. 이른바 계산이 서는 투구를 보여주니 그럴 수밖에.
올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백정현은 시범경기 3차례 등판을 통해 2승(1패)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6.55로 높았다. 박진만 감독은 백정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가 지금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자칫 4선발까지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개막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6일 한화를 상대로 2이닝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우려가 커졌지만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달 12일 SSG전(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1실점)부터 안정감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달 18일 고척 키움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기록하는 등 8이닝 2실점(3피안타 6탈삼진)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4월 한 달간 1승 3패 평균자책점 4.13을 거둔 백정현은 이달 들어 3경기에 나서 2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1.29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 안정감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12일 LG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고 19일 NC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수를 추가했다. 25일 잠실 두산전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8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박진만 감독은 "이달 들어 이닝 소화 능력이 좋아졌다. 벤치에서 편안하게 (백정현의 투구를) 보며 경기를 운영한다"고 했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진만 감독은 야수들의 수비 집중도를 중요시 여긴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야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수가 적극적으로 상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정현처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계산이 서는 경기 운영을 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박진만 감독은 "WBC에서 봤듯 투수는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만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다. 소위 말해 긁히는 날에는 좋지만 다음 등판 때 제구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다. 안정감 없는 투수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또 "스피드가 너무 안 나오면 곤란하지만 투수는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4승 13패에 그쳤던 백정현은 착실히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14승) 기록을 세웠던 2021년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