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몸값 크게 오를 것이다".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LG 트윈스 임찬규는 선발투수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다. 개막 선발진 경쟁에서 밀려났다. 토종 선발투수들이 일제히 부진하자 임시 선발로 나서더니 어느새 3선발로 신분상승했다. 외국인 듀오를 제외하면 토종 에이스이다.
임찬규는 지난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등판해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 임찬규가 왜 달라졌는지를 시전하는 투구였다. 몸쪽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완급조절, 매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듯한 강력함도 보여주었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7이닝을 4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삭제했다.
임찬규가 예전과 달라진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변화구의 다양성이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포피치로 던진다. 경기에 따라 변화구 비율이 달라지긴하는데 슬라이더와 커브를 예년보다 많이 던진다. 이날도 직구 34개, 커브 22개, 체인지업 21개, 슬라이더 10개를 구사했다. 커브는 타이밍을 뺏는데 유용하다.
또 하나는 적극적인 승부이다. "예전 10승(2018년과 2020년)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한다. 원래는 카운트를 길게 가져가는 스타일이었다. 돌다리를 많이 두드리며 어렵게 가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빨리 승부를 해서 맞혀 잡는 타구가 많이 나온다"며 웃었다.
이런 공격적인 투구는 몸쪽 승부로 이어졌다. 몸쪽으로 과감하게 찔러넣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몸쪽은 제구가 안되면 장타로 연결되지만 타자와의 코스 싸움에서 유리한 측면이 강하다. 직구 뿐만 아니라 완성도가 더 높아진 주무기 체인지업을 몸쪽으로 구사하면서 타자들의 예측회보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직구도 몸쪽으로 잘 안던졌다. 바깥쪽으로 가는 스타일이였다. 몸쪽으로 안좋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 지금은 몸쪽에다 박고 바깥쪽으로 간다. 오늘도 김선빈과 황대인에게 과감하게 몸쪽으로 던졌다. 그게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같은 궤적의 체인지업을 몸쪽으로 떨어뜨리면 속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염경염 감독이 조언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을 것이다. 실제로 압도적인 지표로 드러나자 더욱 자신감을 생겼다. 평균자책점은 1.97이다. 선발 ERA는 1.23으로 더 낮다. 데뷔 이후 3점대 ERA도 없었던 투수의 경이적인 변화이다. 7번 선발등판에서 5승을 따냈다.피안타율도 2할2푼2리, WHIP 1.16이다. 2011년 데뷔 이후 작년까지 12년동안 평균 WHIP 1.51, 피안타율 2할7푼4리였다.
이제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까지 맞물려 마운드에서 여유까지 넘치고 있다. 확실한 3선발 투수로 맹활약을 펼치자 염경엽 감독은 "찬규가 없었으면 큰일 났을 것이다. 켈리도 안좋았고 국내선발 3명(김윤식, 이민호, 강효종)도 부진했다. 찬규가 잘 메워주었기에 지금의 성적(1위)을 올릴 수 있었다"며 극찬을 했다.
염 감독은 28일 경기를 마치고 "찬규의 FA 몸값이 크게 올랐을 것이다"며 웃었다. 그는 작년 FA 자격을 얻었지만 포기했다. 올해 재수생이다. 시즌 끝까지 지금의 퍼포먼스를 유지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역대 최다승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임찬규의 FA 가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LG 우승과 함께 두둑한 FA 계약.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두근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