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KT 야구는 선발투수가 자기 몫을 해줘야 한다. 선발야구가 살아나자 마침내 우승 후보의 위용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KT는 지난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5차전에서 5-2로 승리하며 시즌 첫 4연승을 질주했다. KT가 4연승을 맛본 건 작년 9월 29일 잠실 LG전 이후 정확히 240일 만이다. 종전 시즌 최다 연승은 3연승이었다.
4연승이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KT의 상승 기류가 심상치 않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승보다 연패가 익숙했던 KT는 최근 8경기 6승 2패의 압도적 승률을 써내며 공동 9위(16승 2무 26패) 도약과 함께 8위 키움을 0.5경기, 7위 삼성을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28일 삼성전 결과에 따라 최대 단독 8위를 노릴 수 있고,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중위권 경쟁까지 참가가 가능해 보인다.
2021년 통합우승을 비롯해 최근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KT는 2023시즌 LG, SSG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부상자 속출에 모든 플랜이 꼬여버리며 순위가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김민수, 주권을 시작으로 배정대 소형준, 엄상백, 황재균, 박병호, 조용호 등 핵심 선수들이 한 차례씩 부상 이탈하며 정상 전력 가동이 불가했다.
사실 KT의 시즌 초반 부상자 속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유독 4월 부상자가 발생하며 슬로스타터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다. KT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이 감독의 주도로 구축한 선발 왕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타선이 침묵해도, 부상자가 많아도 선발투수만큼은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며 중심을 잡았다. KT가 올해 우승후보로 꼽힌 것 또한 선발진의 지분이 컸다.
그러나 올해는 선발야구마저 오류를 일으키며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4월과 5월을 보냈다. 시즌 초반 소형준, 엄상백의 부상 이탈에 이어 복귀한 소형준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를 만났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웨스 벤자민-보 슐서 원투펀치가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지난 두 달을 돌이켜보면 믿을만한 투수는 사실상 고영표 1명이었다. KT는 4월 20일부터 한 달간 23경기서 3승(1무 19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최근 8경기 상승세 또한 선발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강철호 야구의 근간인 선발야구가 살아나자 3강 후보에 걸맞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엄상백, 배제성, 벤자민, 슐서, 고영표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마침내 짜임새를 갖춘 느낌이다. 이 기간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LG(1.97)에 이은 2위(2.00)이며, 보직을 선발진으로 한정해도 롯데(2.20)에 이은 2위(2.36)다. 또한 8경기 6승을 모두 선발승으로 챙겼다.
KT의 슬럼프 기간 최대 수확은 새로운 필승조의 탄생이었다. 주권, 김민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동현이라는 새 얼굴을 등장해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승리조를 꾸렸다. 그리고 최근 들어 선발진이 살아나자 이들의 가치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개막 후 두 달이 돼서야 이강철호의 가장 큰 강점인 마운드의 계산이 서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령탑의 표정도 8경기 6승과 함께 한층 밝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은 마운드다.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야수들의 집중도 또한 더욱 좋아졌다. 투수와 타자 모두 여유가 생겼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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