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해 트리플A 홈런왕(32개)에 올랐던 NC 다이노스 제이슨 마틴(28)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마틴은 올해 시범경기 내내 부진했다가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멀티히트 2타점을 기록하면서 감을 찾는 듯 했다. 그리고 정규시즌에 돌입해서도 삼성과의 개막시리즈 2차전에서 기대했던 호쾌한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앞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마틴에게 4월은 그게 전부였다. 4월 4경기만 소화한 채 내복사근 미세손상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약 한 달 가량 재활을 하고 5월 9일 KT전에 돌아왔지만 마틴은 KBO리그 무대에 더디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 13일 키움전 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린 이후 홈런은 감감무소식이다. 5월이 다 가도록 마틴은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상 복귀 이후 5월의 성적은 타율 2할3푼7리(59타수 14안타) 1홈런 7타점 12볼넷 19삼진 OPS .695의 성적에 불과하다. 그나마 볼넷을 얻어내면서 출루를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기대했던 장타력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적응기를 가지지 못했던 마틴 입장에서는 5월이 사실상 KBO리그 적응시기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팀이 예상을 뒤엎고 상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틴의 부진이 아쉽기만 하다.
강인권 감독은 “4월 한 달만 조금 적응했으면 5월부터는 분명히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다. 개막시리즈 때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됐으면 우리가 기대했던만큼 충분히 역할을 해줬을 것 같다”라면서 4월의 부상 공백에 이은 뒤늦은 적응기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었다.
또한 KBO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에 대한 생경함도 마틴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 KBO리그 투수들은 오프스피드 피치 계열에서 체인지업 보다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다. 비슷한 구종이지만 떨어지는 낙폭이나 변화 폭 등 구질은 분명히 다르다.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PTS) 분석에 의하면 마틴은 올해 포크볼 구종 타율이 1할4푼3리(7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땅볼 25%, 뜬공 50%에 불과하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하나도 생산해내지 못했다. 포크볼에 그만큼 타이밍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인권 감독은 “미국 쪽 선수들은 스플리터나 포크볼 구종은 팔꿈치 부상 이슈 때문에 거의 자제를 하고 서클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 그렇게 던진지가 3~4년은 넘었다. 그러다 보니까 마틴도 갑자기 포크볼 계열의 공을 보니까 무브먼트 다르다. 아직 적응이 덜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틴은 포크볼 계열의 공이 주무기인 투수들이 많은 롯데와의 3연전(5월 24~26일) 동안 12타수 무안타 6삼진으로 완벽하게 당했다.
이러한 적응기를 극복해야 결국 성공할 수 있다. 강 감독은 “포크볼에 속지 않으려다가 직구 던지면 또 깜짝 놀라곤 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항상 거치는 패턴이다. 이걸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걸 극복하면 계속 롱런하게 된다”라면서 마틴의 극복을 바랐다. /jhrae@osen.co.kr